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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강한파의 습격①]서울 체감온도 -20도, 꽁꽁 언 출근길…“핫팩도 붙이나 마나”
-한파에 붙잡힌 서울, 시민들도 “맹추위 실감”
-추위 속에서도 구슬땀 흘리는 노동자들 눈길


[헤럴드경제=김성우ㆍ김유진 기자] 12일 오전 7시 11분, 대전역에서 출발한 KTX 첫차가 서울역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6분 늦은 시간이었다. 열차에서는 두꺼운 외투를 입은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왔다. 저마다 장갑을 끼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어깨는 잔뜩 움추려져 있었다.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5도. 하지만 체감온도는 영하 20도에 육박했다. 추운 날씨가 한반도를 닥친 이날 오전 출근길은 날씨처럼 꽁꽁 얼어 붙어 있었다. 서울역 출근길에서 만난 시민들은 저마다 추운 날씨 탓에 몸을 한껏 웅크렸다. 서울 최대의 인력시장이 열리는 남구로역, 직장인들로 북적이는 종로 한복판도 날씨는 매웠다.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 입에선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추운 날씨에 놀란 시민들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더욱 황급해 보였다.

오전 7시 11분 서울역에 도착한 KTX에서 내리고 있는 많은 직장인들. [사진=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오전 6시께 서울역 대합실의 모습. [사진=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서울역에서 만난 직장인 최필선(41) 씨는 이날 천안 아산역에서 첫차를 타기위해 오전 5시 50분께 집에서 나왔다고 했다. 직장은 서울이지만 고향이 충청북도라 부모님댁인 서산 인근 천안에 터전을 잡았고, 매일 통근 중이다.

그는 “자식노릇 하면서 직장생활하려니 힘들지만, 나중에 부모님 돌아가시고 후회할까봐 이런 생활중이다”라며 “오늘은 너무 추워서 일어나기 싫었는데, 내일은 토요일이니 힘내보려 한다”며 밝게 웃었다.

직장인 이선우(31ㆍ여)씨도 “아침 당직이 있어서 일찍 나왔는데 핫팩을 붙여도 소용이 없다”며 “택시 생각이 간절했지만, 과자값 아끼려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영등포경찰서 앞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직장인 정모(51) 씨도 “버스를 타는 게 여의도 직장이랑 가까워 버스정류장으로 나왔는데, 고작 5분 기다렸는데 너무 춥다”고 털어놨다.

종로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장주혁(28) 씨도 “두꺼운 옷을 최대한 껴입고 모자랑 목도리를 둘렀는데도 너무 추워서 코랑 귀가 꽝꽝 얼어 감각이 없다”며 “직업 교육에 빠지면 지원비가 나오지 않아 추워도 나왔다”고 했다.

추운 날씨도 아랑곳않고 노상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남구로 인력시장에서 일을 기다리고 있는 노동자들 모습. [사진=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새벽부터 일을 받기 위해 대기하는 인력시장 노동자, 또 청소노동자들은 추위속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날 서울 최대의 인력시장으로 불리는 남구로 사거리 인근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추위대비 방한용품으로 중무장한 사람들은 등산용 넥워머를 착용하고, 담배를 필 때만 살짝 얼굴을 내민 모습이었다. 이들은 추위를 이겨내려는 듯, 발을 동동 구르고 간단한 체조를 하기도 했다.

인력시장에서 만난 퇴직자 김광식(69) 씨는 “퇴직하고 이 일을 시작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오늘이 제일 추운 날인 것 같다”고 했다. 또 “60세가 넘어도 써주는 곳은 이곳 밖에 없다”면서 “양말을 하나 더 신고 3시반에 나왔다”며 흐르는 콧물을 닦았다.

옆에 있던 중국 동포 김철수(51) 씨도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날씨가 너무 춥다”면서 “한국에 온지 5년만에 내달 집에 가는데 가족들을 위해서 좀 더 열심히 뛰려고 한다”고 했다.

서울역 롯데리아 매장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역 밖으로 나온 코레일 대청에스에이치 노동자 김경태(60) 씨도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시급을 개선해주기 위해 열심히 나서주시니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오전 6시부터 근무하기 위해 오전 4시에 집에서 나왔지만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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