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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쉽게 따는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증…사후관리도 ‘부실’
-32시간 수업 후 시험만 치면 자격 취득
-2명 중 1명 ‘제도 이전 교육과정’ 이수만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대형화재 등으로 화재 예방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건물의 소방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안전관리자의 교육과정과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안전관리자는 소방대상물의 소유자나 관리자가 선임하는 직책으로 건축물의 전반적인 소방안전관리업무를 대행한다. 소방법에 따라 소방안전관리자는 특급부터 3급으로 나누어지는데 급수에 따라 일정 교육을 받은 후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화재경보기 설치가 의무인 건물엔 3급, 옥내 소화전ㆍ스프링클러 등의 설치가 의무인 공공주택 등은 2급, 11층 이상 건물이나 3층 이상의 아파트는 1급 소방안전관리자가 관리해야 한다.

[연합뉴스]

문제는 막중한 업무에도 불구하고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증 취득이 지나치게 쉽다는 것이다.

2급의 경우 한국소방안전협회가 제공하는 강습교육 32시간을 4일에 걸쳐 받으면 된다. 첫 이틀은 소방학개론 등 이론 수업에 집중하고 나머지 이틀은 실기실습을 받는다. 교육 마지막에 실시하는 자격시험은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불합격해도 추가 교육없이 다시 시험만 보면 된다.

실제로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관련 자격증에 대해 “소방안전관리자 2급을 따는데 4~5시간만 공부하면 된다”는 게시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국소방안전협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배출된 소방안전관리자 수는 이달 가준 모두 96만6000여 명으로 이 가운데 2급이 94%(91만여 명)를 차지한다. 이 중 52만여 명은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시험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전인 2005년전에 교육과정 이수만으로 자격증을 땄다. 전국 소방안전관리자 2명 중 1명은 자격시험도 거치지 않고 배출됐다는 것이다.

2급의 경우 합격률도 평균 80%로 전체 급수 가운데 가장 높다. 반면 특급 소방안전관리자의 경우 합격률이 20% 내외다.

소방안전관리자의 사후 관리도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된다.

소방안전관리자는 자격증 취득 6개월 이내 실무교육 1회, 이후 2년에 한 번씩 8시간 이내의 실무교육을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온라인 강의로 대체가능해 형식적인 교육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사후 실무교육에 대한 평가 체계도 전혀 없다.

일각에선 이같은 형식적인 소방안전관리자 사후 관리가 건물의 부실한 안전 점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달 29명의 생명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의 경우 2급 소방안전관리자 선임 대상 건물이었는데 전 건물주는 지난해 8월 자신의 아들을 소방안전관리자로 지정한 후 아들 명의로 안전점검보고서를 관할 소방서에 제출했다. 당시 보고서에는 비상조명등 교체 등 경미한 지적 사항만 있었다.

그러나 현 건물주가 지난달 전문업체에 소방안전점검을 의뢰한 결과 건물 곳곳에서 불량 판정을 받았다. 애초 전문적인 소방안전점검 및 조치를 빨리 취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소방안전관리자의 교육 과정은 물론 사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과거에 비해 실습교육이 강화되긴 했지만 단 몇 시간 공부한 소방안전관리자가 현장에서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격증 취득 과정은 물론 취득 이후 교육 과정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평가를 통해 실무교육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국소방안전협회 관계자는 “사후 평가 등 제도를 일부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하지만 일각에선 이를 과다 규제로 받아들일 수 있어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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