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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년 근무한 부서 떠나 낯선 업무 중 돌연사…“업무상 재해”
-새 부서배치 6개월만에 야간근무 뒤 사망
-가족과 직장동료에게 스트레스 호소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S자동차 공장에서 20년간 근무해온 이모(사망 당시 47세) 씨는 지난 2015년 4월 새 부서로 이동한 지 6개월 만에 돌연 사망했다. 부검을 했지만 이씨의 사망 원인을 정확히 규명할 순 없었다.

이씨 부인은 “이씨가 새로운 업무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사망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신청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이씨의 사인을 명확히 확인할 수 없고, 이씨가 사망할 만큼 급격한 작업환경의 변화나 업무량 증가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씨 부인은 결국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김국현)는 이씨가 업무 변경 등으로 신체적ㆍ정신적 피로가 누적됐을 것으로 보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20년간 프레스생산팀에서 근무하던 이씨는 2014년 10월 도장팀으로 부서 이동을 지망했다. 그러나 순번에서 밀려 조립팀으로 전보됐다. 업무 뿐만 아니라 근무시간도 주ㆍ야간 교대근무로 바뀌었다.

이씨는 전보된 후 직장 동료들에게 ‘20년을 근무한 곳인데 아무 말 없이 나온 게 한이 된다’, ‘도장팀 지원했다 안 됐으면 그냥 그 자리에 남게 해달라 해보는 건데 후회된다’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가족과 지인들에게도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 죽고 싶다”며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이씨의 휴대폰 달력에는 야간근무 날에 ‘야간시작 ㅠ’이란 내용이 입력돼 있었다. 이씨가 사망한 당일도 오전 7시30분까지 야간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뒤였다.

법원은 “보통의 근로자들도 20년간 해온 근무형태와 시간이 바뀐다면 적응하기까지 상당한 피로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 예측된다”며 이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거부한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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