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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치원·어린이집 영어교육 축소…그럼 학원으로? 학부모들 뿔났다
“사립유치원 자율권 침해” 반발

“열살까지 a,b,c 몰라도 된다는 말인가요?”

교육부가 내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을 금지한 데 이어 유치원ㆍ어린이집 대상으로도 영어 교육을 축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학부모들이 술렁이고 있다. 초등학교에 이어 유치원ㆍ어린이집까지 영어 수업을 축소할 경우, 지금보다 영어 교육기간이 지금보다 사실상 4~5년 가량 짧아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유치원ㆍ어린이집까지 영어 교육이 금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지자 27일 유치원ㆍ어린이집의 누리과정 내 영어수업 금지는 확정된 바 없다며 의견 수렴 후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해당 안이 시행되면 공교육을 통해서는 초등학교 3학년 전까지 영어를 배울 길이 없다는 생각에 학부모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학원 못 보낸 내 아이만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팽배하다.

7세과 11세 형제를 둔 학부모 유모(38) 씨는 “우리집은 애들 둘 각자 학원 하나씩만 보내기도 빠듯하다. 방과후 학교가 없어지면 작은 아이도 영어 학원에 보내야 할텐데 학원비가 두배나 들어갈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 사교육으로 선행학습해서 아이들 망친다고 하는데 종일 학원 뺑뺑이 돌리는 집에나 한정된 얘기 아니냐”고 말한다. 유 씨는 “큰 아이는 초등학교 1,2 학년 때부터 학습지로 선행학습시켰고 학교에서도 배웠는데 아주 간단한 말밖엔 못한다. 지금 알파벳도 제대로 모르는 둘째 아이를 학교 선생님만 믿고 3학년까지 방치할 수 있겠냐”고 한숨 쉬었다.

현장의 불안과 달리 일각에서는 교육부의 영어 선행학습 축소 방향에 공감하고 있다. 지성애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누리과정이 놀이 위주로 재편되는 정책 방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영어 교육 시점은 늦어져도 된다고 밝혔다.

지 교수는 “4차 산업시대는 인공지능이 외국어를 번역해준다. 엄마들의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영어 교육은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부터 해도 된다”며 “영어 유치원이라고 하는 것도 결국 영어 학원 아니냐”고 밝혔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 정책2국장은 초등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를 두고 “영어를 정말 잘하고 소통할 줄 알길 바란다면 현재와 같은 입시위주 교육이 아닌 놀이 위주로 가는 게 맞다. 기본 문장 해석은 구글이 하는 세상 아니냐. 대만도 사교육을 금지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선 유치원의 입장은 다르다. 누리과정 예산지원을 받는다고 해서 교육의 가이드라인까지 상세히 지침으로 내리는 것은 사립유치원의 자율권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는 “영어를 가르칠지 말지는 교육청이 각 유치원에 지시할 사안이 아니다. 유치원이 자율적 운영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해놓고 영어를 가르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려서 강제한다면 사립유치원 뿐 아니라 학부모부터 문제 제기를 하고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진 기자/kac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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