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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쇼 블랙리스트” 올라도 비웃듯 노쇼
모임 많은 연말 상인만 피해

5대 서비스업종 피해액 8조원
예약금제 거부감 ‘도로 옛날로’
일부 업소는 아예 예약 없애


서울 동작구의 노량진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이모(51) 씨는 최근 평소 친하게 지내오던 다른 횟집 사장으로부터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건네받았다. 최근까지 상습적으로 예약 취소를 반복하거나 과도한 요구 또는 소란을 부린 예약자의 연락처가 담긴 명단이었다. 단체 회식을 자주 예약하면서 이른바 ‘서비스’를 요구하며 예약 취소를 언급하던 업체 담당자의 번호도 포함됐다.

이 씨도 자주 예약을 하는 업체 중 ‘노쇼’를 반복하는 곳이 있어 고민이던 차라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그는 “회식을 하겠다며 전화로 예약하더니 예약 시간 직전에 30분~1시간씩 연기를 하는 곳이 많아 평소 손해를 많이 봤다”며 “그나마 나중에는 아예 취소를 해버리는 곳도 있어 골치였는데, 다른 가게도 연말에 사정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말ㆍ연시를 맞아 각종 송년회 등 술자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상인들은 여전한 ‘노쇼’ 탓에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노쇼가 빈번하다보니 예약금을 받거나 예약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등의 대책이 나왔고, 일부 업소에서는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어 공유하기도 하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진모(47ㆍ여) 씨도 단체회식을 예약해놓고 연락도 없이 찾아오지 않는 ‘노쇼’가 반복되면서 아예 예약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기로 했다. 사용자가 예약하면 일정 금액을 예약금으로 먼저 결제하기 때문에 실제 손님이 오지 않더라도 업주는 ‘노쇼’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전화 예약은 예약금을 받지 않으면서 문제가 생겼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예약한 손님들이 오히려 항의를 한 것이다. 결국,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예약은 거의 들어오지 않고 손님 대부분이 전화 예약을 하면서 상황은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진 씨는 “어플을 통해 예약하도록 유도하면 오히려 ‘싸가지 없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며 “전화로 예약하는 손님에게 예약금 얘기를 꺼낼 수 없어 결국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셈”이라고 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식당과 병원, 공연장 등 5대 서비스직종 100개 업체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노쇼로 인한 직ㆍ간접적 피해액만 8조원에 달한다. 예약이 이행되지 않아 발생한 직접 피해액만 따져도 4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음식점의 노쇼 비율은 20%로 다섯 건의 예약 중 한 건은 노쇼로 이어지는 셈이다. 뒤를 이어 병원의 예약 부도율은 18%, 미용실은 15%로 나타났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의 조사에서도 서비스업종의 평균 예약 부도율은 19.1%에 달해 한 달 평균 112만5000원의 경제적 손실이 노쇼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노쇼를 하는 주요 이유로 ‘취소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가 41.3%, ‘예약 사실 자체를 잊어서’가 35%를 차지했다. ‘취소 사유를 설명하기 귀찮아서’라는 응답도 15%나 됐다.

특히 연말에는 단체 회식자리가 늘어나면서 덩달아 ‘노쇼’도 늘어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예약금 제도를 만들어 피해를 예방하는 곳도 있지만, 손님들이 예약금 제도를 거부하면서 상인들도 예약금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성동구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한모(39) 씨는 노쇼가 이어지자 아예 예약 제도를 없앴다. 처음에는 예약금 제도를 만들까 생각했지만, 오히려 일부 손님들이 격한 반응을 보이면서 차라리 예약 제도를 없애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한 씨는 “예약 제도 자체가 손님들의 시간 낭비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장사를 하다보니 이를 악용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며 “문의 전화가 와도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답하는 쪽이 차라리 낫다는 생각이 들어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노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의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국민의 소비자의식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노쇼 등과 관련해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도 있다”며 “예약금 등의 장치를 통해 강제하는 것보다 소비자의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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