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사드 알하리리(47) 레바논 총리가 지난달 4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방문 도중 현지 방송을 통해 전격 사임을 발표한 것이 사우디 측의 강요된 사전 각본에 따른 것이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서방ㆍ중동 관리들과 하라리 총리의 측근을 인용해 하리리 총리는 방문 이틀째이던 당시 오전 8시30분께 사우디 왕궁의 부름을 받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하리리 총리는 사우디 실세 왕세자인 모하마드 빈살만 알사우드(32) 제1 왕위계승자 겸 국방장관과 사막 캠핑을 가는 것으로 생각해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숙소를 나섰다.
그러나 사우디 왕궁 보안요원들이 하라리 총리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가 하면, 총리의 경호원 1명 만을 제외하고 수행원들의 접근도 막았다.
이어 하리리 총리에게 미리 작성된 사임 발표문이 주어졌고, 사우디 TV 방송에서 이를 읽도록 강요당했다.
티셔츠 차림이었던 그는 집에 잠깐 들르는 것도 허용되지 않아, 경호원이 가져다준 정장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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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EPA연합뉴스 |
NYT는 이번 사건이 사우디 내부는 물론 중동 전체의 권력 구조를 뒤흔들기 위한 빈살만 왕세자의 구상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사우디의 정치적 후원을 받아온 하리리 총리가 자신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그를 끌어내리고, 친이란 헤즈볼라를 포함한 하리리 총리의 정치적 연합 붕괴를 초래해 헤즈볼라의 영향력을 쇠퇴시키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하리리 총리는 레바논으로 복귀해 새로운 지지를 받고 있고, 헤즈볼라는 더욱 강력해졌다며 빈살만 왕세자의 구상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고 NYT는 덧붙였다.
하리리 총리는 당시 회견에서 자신을 겨냥한 암살 위협을 토로하는 동시에 이란과 그 동맹 세력인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비난하며 사임을 발표했다. 그는 사임 발표 17일 만인 지난달 21일 레바논으로 돌아와 지난 5일 사임 발표를 공식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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