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경험자 46% “우울 등 정신건강 측면에서 어려움”
-14%만 공공 정신건강센터行…서비스 수준 64점 불과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지난 15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역대 2위 규모인 진도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후 16일 오전 8시까지 총 40회의 여진이 이어졌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진앙지 부근에 사는 사람들과 이재민들은 밤새 지진의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이 같은 지진의 공포를 겪은 사람들이 향후 정신 질환을 호소할 가능성이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실제로 지진 등 재난을 경험한 사람 중 절반가량이 우울 등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재난 이후의 삶에서 우울ㆍ·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상당한 수준의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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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진 등 재난을 경험한 사람 중 절반가량이 우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역대 2위 규모인 진도 5.4의 지진이 발생한 뒤 흥해실내체육관에 대피해 있는 진앙지 인근 주민들. [연합뉴스] |
이날 용인정신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이명수 진료부원장(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이 2015년 3월 성인 1003명(평균연령 40세)을 대상으로 재난 경험 여부, 재난 관련 방송ㆍ보도의 적절성 등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조사 대상 중 재난을 직ㆍ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은 16.9%(170명)였다.
이 중 우울 등 정신건강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응답한 사람은 45.9%(78명ㆍ복수응답)였다. 이어 ▷여가활동 41.8%(71명) ▷직업 34.7%((59명) ▷자산 32.9%(56명)▷신체건강 30.6%(52명) ▷가족관계 42%(42명) 등의 순으로 재난 경험 이후 삶에서 장애를 겪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재난 경험자의 14%(24명)만이 우울 등 정신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정신건강증진센터, 재난심리지원센터 등 공공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했다. 공공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아본 재난 경험자가 내린 평가 점수도 100점 만점에 63.5점으로 낮은 편이었다.
연구팀은 “일본 정부는 1995년 일본 한신ㆍ아와지 대지진(6000명 사망) 발생 지역인 효고현에 ‘마음의케어센터’를 설립하고 현재까지 생존자와 유가족에 대한 정신건강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고 있다”며 “2011년 동일본대지진(1만5000여명 사망) 뒤엔 재난정신의료지원팀(DPAT)을 법제화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전산 정보 시스템인 국립재난정신건강정보지원센터(DMHISS)를 설립했다”며 이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재난 관련 방송 ㆍ보도로 정신건강에 중등도 이상의 방해를 받은 사람도 475명(47.4%)이나 됐다. 특히 재난 경험자가 재난 관련 방송 ㆍ보도로 중등도 이상의 정신건강 방해를 받은 비율은 60.6%나 됐다. 이는 재난 경험자가 비(非) 경험자보다 재난 관련 방송ㆍ보도로 정신건강상 더 많은 피해를 입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재난 관련 언론 보도가 직ㆍ간접적으로 재난을 겪고 있는 사람의 정신건강에 해가 될 수 있는 내용을 거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바람직한 재난 보도와 메시지 전달을 위해선 각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재난 보도 윤리 지침 등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이를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재난 관련 정보는 단일 채널을 통해 전파될 필요가 있다고 연구팀은 언급했다. 재난이 발생하면 중앙정부기관인 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가 대국민 메시지 발표, 언론 보도자료 배포 등 전반을 담당하는 영국의 예를 들었다. 연구팀 관계자는 “재난 관련 모든 정보가 책임 있는 기관을 통해 소통돼야 불필요한 정보가 유출되거나 신속하게 알려야 할 정보가 빠져 발생하는 사회적 불안감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ke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