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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을 잡아라’....가성비 가고 ‘플라시보 소비’ 온다
김난도 교수 ‘트렌드코리아2018’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아직 따끈한 막 구운 빵을 사와서 부엌에 서서 그걸 부엌칼로 자르면서 부스러기를 뜯어 먹는 것, 가을의 오후의 태양빛이 하얀 장지에 나뭇잎사귀의 그림자를 그리는 걸 바라보며 브람스의 실내악을 듣는 것, 이른 저녁 장어집에서 장어를 주문하고 나올 때까지의 시간을 혼자서 맥주를 마시면서 읽는 주간지…‘

무라카미 하루키가 수필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소개한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小确幸)의 리스트다.

2018년은 평범한 일상에서 손에 쥘 수 있는 작은 행복을 찾는 이들이 소비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코리아’를 통해 이듬 해의 소비트렌드를 전망해온 김난도 교수가 2018년 소비의 주요 흐름으로 ‘소확행’을 제시했다. 또한 지금까지 물건을 살 때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가성비에 주목했다면, 이젠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원하는 소비 형태, ‘플라시보 소비’가 부상한다. ‘이 약을 먹으면 낫는다’는 말을 들으면 가짜 약이라도 효과를 발휘하듯 소비자의 마음에 희망의 숨결을 불어넣어주는 상품에 소비자들이 끌린다는 말이다.

김 교수는 ‘소확행’‘플라시보 소비’를 포함, 황금 개의 해인 내년 트렌드로 10개 키워드를 제시했다. ▲워라밸(Work-Life-Balance) ▲언택트기술(Technology of ‘Untact’)▲나만의 케렌시아((Hide Away in Your Querencia) ▲만물의 서비스화 ▲매력자본(Days of ‘Cutocracy’ )▲미닝 아웃(Meanning Out)▲긱(Gig) 릴레이션십 ▲세상의 주변에서 나를 외치다 등이다

이 가운데 김 교수가 가장 주목하는 트렌드는 ‘워라밸’ 세대이다. ‘일과 삶의 균형(Work-and-life balance)’을 뜻하는 워라밸은 나온 지 꽤 됐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타인과의 관계보다 자신의 삶을 더 소중히 여기는 젊은 세대들에게 칼퇴는 기본, 취직은 ‘퇴직 준비’와 동의어이며, 직장 생활은 더 소중한 취미 생활을 이어가기 위한 방편이다. 새로운 ‘직딩’의 출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흐름을 타고 ‘개인의 원자화’는 가속화한다. 그동안 금기시된 모든 취향도 ‘나’라는 정체성을 근거로 합리화되고 자존감 세우기가 모든 이들의 화두가 된다.

대인관계는 소셜네트워크로 연결된 관계의 압박때문에 소수와 오랫동안 깊게 맺기보다 다수와 짧고 얕게 맺어지는 걸 선호한다.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모였다 흩어지는 기능적이고 대안적인 형태의 다양한 관계, 긱 릴레이션십이 중심이 되는 것이다. 이제 관계의 본질은 심도가 아니라 기능에모아진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절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휴식공간인 ‘나만의 케렌시아’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케렌시아는 투우장의 소가 마지막 일전을 앞두고 홀로 잠시 숨을 고르는 공간으로, 개인들은 이런 곳을 찾아나서기에 바쁘다.

이에 따라 소비 시장은 개인에게 섬세하게 다가가는 전략이 요구된다.

마음을 감동시키고 위로하고 자존감을 세워주는 상품, 매력자본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된다. 가령 마음이 환해지는 각종 캐릭터나 추억의 상품 등이 한 예다.

김 교수는 개인의 소비는 투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정체성, 신념을 드러내는 표현방식이 되고 있다며, 소비를 통해 부를 과시하던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이와 함께 10개 키워드의 머리글자를 딴 ‘웩더독(WAG THE DOGS)’을 전체를 아우르는 키워드로 꼽았다. 그동안 소외됐던 시급 노동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하청 및 협력업체의 권익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노력들이 큰 흐름으로 이어지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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