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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폭’에 맞아 병원 가면서도…말나올까 장비 못 쓰는 경찰
-전자충격기 6%, 가스분사기 사용률은 0.9%
-순찰차 안에서 폭행당한 경찰관도 6.1%
-“규정 있어도 실제 사용에 제약 많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한 지구대 소속 박모 경위는 자신이 체포했던 피의자에게 수차례 폭행을 당했다. 지구대로 찾아온 피의자 이모(51) 씨는 업무방해 혐의로 자신을 체포했던 박 경위에게 수차례 찾아가 폭행을 일삼았다. 지구대 내에서 경찰이 폭행당하는 사건이 반복됐지만, 별다른 제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관의 안경을 벗기고 발로 차는 등의 행위가 한 달여 동안 계속되면서 결국 경찰은 이 씨를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다시 체포했다. 최근 이 씨는 혐의가 인정돼 서울남부지법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일선 경찰에 대한 폭행 사건이 빈번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대응해야 하는 경찰들의 장비 사용률은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이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벌어진 경찰관 공상 사건 402건을 분석한 결과, 대응 과정에서 전자충격기를 사용한 경우는 전체 사건 중 6.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뒤를 이어 삼단봉(2.8%)과 권총(2.8%)이 사용됐고, 가스분사기의 경우 0.9%에 그쳤다. 경찰관이 다치는 사고가 100건이 벌어질 동안 가스분사기를 사용한 경찰관은 1명도 채 되지 않았던 셈이다. 수갑 사용률조차 60.3%로 나타났다.

장소별로 살펴보면 경찰에 대한 폭행은 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상 사건 중 절반 이상이 노상(50.9%)에서 벌어지지만, 지구대와 순찰차에서 폭행을 당한 경우도 각각 9.7%와 6.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일선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만나는 대다수가 주취자인 상황에서 대응이 어려울 때가 많다”며 “장비 사용의 경우에도 이후 말이 나오는 것이 무서워 최대한 쓰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달 초에는 한 일선 경찰서 경관이 피의자를 연행하는 도중 손목에 찬 수갑이 노출됐다는 이유로 인권위에 진정이 접수돼 내부 조사까지 받아야 했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일선 경찰관들은 장비 사용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장비 사용에 대한 규정이 있지만, 실제 사용했을 때 조사와 민원 등으로 고생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본다”고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공무 수행 중 경찰이 다친 사례는 모두 1만345건에 달한다. 이중 범인에 의한 피습은 2875건(28%)으로, 이 중에는 피의자의 피습으로 숨진 사례도 3건으로 집계됐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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