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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기원(데이비드 버코비치 지음, 박병철 옮김, 책세상)=과학의 목표인 존재의 기원에 대한 깊은 통찰과 학식을 명쾌한 문체로 담아냈다. 예일대 지구물리학 교수인 저자가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한 과학 교양강의를 엮은 것으로 별과 은하의 탄생에서 생명과 진화, 문명에 이르기까지 우주와 인류의 역사를 바꾼 핵심적인 사건들을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총 여덟장으로 구성한 책은 빅뱅과 우주의 팽창 등 최초의 천체가 탄생하기 이전의 암흑기를 시작으로, 별의 핵융합반응과 진화과정, 50억년 전 거대한 먼지구름에서 태양계와 행성이 만들어지고,또 어떻게 지구만이 생명체가 번성할 수 있는 유일한 행성이 됐는지 살펴나간다. 현대우주론과 입자물리학, 지구물리학 등에 입각, 기원에 얽힌 실타래를 유쾌하면서 어렵지 않게 풀어나간다, 특히 표준이론으로 인정되는 커다란 이론을 바탕으로 뼈대를 세우고 신빙성 높은 이론들을 선택해 추론을 더해가는 엄정한 과학적인 태도를 견지, 우주와 생명의 기원에 대한 가장 과학적인 길잡이서라 할 만하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를 향해 가는지 큰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종교개혁, 그리고 이후 500년(라은성 외 지음, 을유문화사)=1517년 루터가 면죄부에 반대하는 95개조의 반박문을 내세우며 시작된 종교개혁은 단지 종교적 사건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문명의 거대한 흐름을 바꿔놓은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펴낸 책은 루터의 개혁정신과 이후 기독교 500년 역사와 함께 한국교회의 역사를 깊게 성찰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한국 교회의 성장지상주의와 친일 기독교 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과거, 여성에 대한 낙후된 인식 등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담았다. 저자들은 한국교회의 성장지상주의에는 60년대 이후 우리 사회가 성장이란 제왕을 모시며 달려온 역사와 관련이 깊다고 지적한다, 또 해방 이후 한국 교회가 이승만 정권에 무조건적인 지지와 찬사를 보내면서 국가권력과 교회의 바른 관계를 정립하지 못했다고 돌아본다. 숫자에만 연연한 나머지 의와 성결, 사랑과 베풂 등 기독교 본래의 가치들이 무시되거나 경시되고 있는 현실, 지도자의 비도덕성, 다른 집단에 대한 배타성 등 세상으로부터 불신을 얻은 교회의 모습도 낱낱이 드러냈다. 

스크류바(박사랑 지음, 창비)=2012년 등단한 젊은 작가 박사랑의 첫번째 소설집. 등단작 두 편, ‘이야기 속으로’ ‘어제의 콘스탄체’부터 2016년 여름까지 발표된 작품 열 편을 묶었다. 특히 ‘이야기 속으로’는 김승옥의 명단편 ‘서울, 1964 겨울’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우리 시대 고전을 차용,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 관심을 모은다. 작가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방식과 주제를 통해 현실과 문학에 가볍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표제작인 ‘스크류바’는 모성으로 귀속되지 않는 엄마의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주인공은 아이를 잃어버리고 반나절 동안 불볕 아래에서 아이를 찾으러 여기저기 헤맨다. 아이를 수소문하면서도 스타벅스에 들어가 “이대로 자고 싶다는 생각”에 빠진다. ‘엄마’라는 정체성과 한 인간의 욕망 사이에서 모성이라는 단어는 빛을 잃는다. 아이를 찾으러 다니는 동안 주인공은 첫 연예, 섹스, 낙태, 임신과 육아에 대해 생각하고 어릴 적 자신을 떠난 모친의 욕망과 가출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 속에서 모성은 다른 모습으로 비쳐진다. “모성의 장치들이 자신의 욕망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마다 등장하는 스크류바는 그 간극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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