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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헤럴드디자인포럼] 4차산업혁명시대…디자인은 ‘아날로그’ 얼굴을 한다
산업혁명과 맥 같이하며 변화
제품-인터페이스-프로세스로
기술 발전할수록 ‘인간’에 집중

4차산업혁명시대 디자인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비단 디자인산업에 한정하지 않는다. 디자인이 현재와 미래의 삶의 방식 전반과 사유체계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까지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중요성은 커졌지만 그 역할을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디자인은 지난 한 세기동안 특유의 ‘확장성’을 무기로 자신의 영역을 확대해 왔다. 물건을 예쁘게 해서 잘 팔리게 하던 것에서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디자인적으로 풀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예술의 경지도 넘본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창조적 사고력은 이제 디자인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4차산업혁명시대, 이같은 디자인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집과 도시, 건강관리, 운송수단, 신재생에너지 등 인간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디자인싱킹의 변화는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지금은 주차를 돕거나, 길안내를 하는 등 운전자에 보조적 수준으로 활용 되지만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도 2020년으로 가까워졌다. [제공=광주디자인비엔날레]

거슬러올라가보면 ‘디자인’이란 개념이 처음 생긴 건 바로 2차 산업혁명 이후다. 1919년 ‘바우하우스’가 탄생하고서야 산업디자인이 기틀을 잡고, 1차 세계대전 이후 전문적 산업디자이너가 탄생한다.

대량생산시대, 디자이너의 활약은 눈부시다. 기술상의 문제를 미학적 관점에서 해결하는가 하면(1936년 소형카메라 벤텀 스페셜), 심미적 효과만으로 판매량을 늘리기도 한다(시어스 로벅사의 ‘콜드스팟’ 냉장고). 더불어 재료의 변화도 나타났다.

더 쉽게, 더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도록 말이다. 세기의 디자이너로 꼽히는 찰스 임스(1907~1978)의 스태킹 사이드 체어(stacking side chairㆍ1995)가 그 예다. 폴리에스테르와 금속튜브로 만든 이 의자는 쌓기도 쉽고, 단단하고, 편안하고 가벼워 수많은 카피를 양산하며 가장 널리 보급된 저가형 의자로 꼽힌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3차산업혁명은 디자인의 영역을 인터페이스로 확장한다. 제품과 인간이 만나는 접점을 의미하는 인터페이스는 TV와 컴퓨터, 모바일 화면을 매개로 하는 정보ㆍ콘텐츠와 일반인의 인터렉션을 담당했다. 초기엔 프로그램 명령어로 점철돼 전문가들만 사용가능 했으나 이후 일반 대중이 사용하기 편리한 사용자 친화적 형태로 진화했다.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또 다른 역할은 산업간의 경계를 허문다는 데 있다. 애플사의 아이폰으로 상징되는 이 변화는 통신기술과 유통산업의 결합을 끌어냈다. 이제 누구나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즐기며, 앱스토어에서 필요한 것을 구매한다.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의 누나이자 마케팅ㆍ프로덕션 기업 ‘저커버그 미디어’의 CEO인 랜디 저커버그(35)는 2015년 헤럴드디자인포럼 연사로나서 경계를 허무는 디자인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지난 10년 가장 큰 변화는 공학자가 아니라 디자이너가 ‘록 스타’라는 것”이라며 “좋은 엔지니어링도 ‘디자인적’사고를 하지 않는다면 빛을 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산업간 경계를 허물며 창의적 사고를 보여준 디자인은 이제 AI(인공지능)ㆍ로봇ㆍIoT(사물인터넷)ㆍ빅데이터ㆍ3D프린팅 등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4차산업혁명시대, 제품ㆍ인터페이스를 넘어 프로세스까지 그 영역을 확장했다. 

장동훈 2017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은 “현재 디자인의 범위는 디자인싱킹을 기반으로 하는 문제 해결 프로세스와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디자인이 눈에 보이지 않는 산업구조에 집중하면서, 2차산업혁명이후 크게 달라진게 없었던 대량생산ㆍ유통구조가 전방위적 변화를 겪는다는 것이다. 이제는 소비와 유통이 먼저 결정되고 제작에 들어간다. 지금까지 대량생산과 유통의 공식이 완전히 뒤집어지는 셈이다.

예를들면, 운동화를 사기 위해선 매장에 가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고르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발을 먼저 3D로 스캔하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요청하면 제작사에선 이를 반영한 운동화를 제작해 배송한다. 대량생산의 고질적 문제인 재고가 사라지고, 가격을 낮추는 한편 자원낭비도 막을 수 있다. 이미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일부 기업에서는 시도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이같은 변화는 산업의 유통에만 집중되지 않는다. 집과 도시, 건강관리, 운송수단, 신재생에너지 등 인간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지금은 주차를 돕거나, 길안내를 하는 등 운전자에 보조적 수준으로 활용 되지만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도 2020년으로 가까워졌다.

혈액 한 방울로 건강상태를 체크하며, 병원과 연계하는 시스템도 먼 일만은 아니다. 장동훈 총감독은 “미래디자인은 인공지능과 자동화로 대체되지 않는 인간 고유의 창조성, 공감능력에 집중하며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시대 디자인은 어떤 얼굴을 할까.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산업의 구조까지 제안하는 디자인은 최첨단기술의 모습으로 다가올까.

현장에서 뛰는 디자이너들의 답은 이와는 반대였다. 이탈리아의 거장 디자이너인 알랙산더 멘디니는 “기술이 발전할 수록 아날로그 디자인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고, 영국의 혁신적 디자인 에이전시로 꼽히는 레이어(Layer)의 창업자인 벤자민 휴버트는 “덜 기술적인, 덜 첨단스러운 디자인이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 것”이라고 봤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사용자가 거부감을 느끼면 사장되는 만큼 사용자에게 익숙한 ‘얼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이 발전할수록 디자인은 사람과 자연을 향하게 된다. 결국은 ‘자연’과 ‘사람’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 셈이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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