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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란법 1년 ②]‘의리’보다 ‘정의’ 앞세우는 사회, 기틀 잡았다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음료수도 받을 수 없는거냐는 자조섞인 얘기도나오고 스승의 날에 아이들이 가져온 초콜렛 조차 받지 못하고 돌려주는 마음이 미안했지만 취지가 좋으니까 감수하지 못할 정도는 아닌거죠.”

고등학교 교사 박모(27) 씨는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금지에관한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난 1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불편하지만 사회가 깨끗하고 공정하게 바뀐다면 충분히 그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것.

대기업 홍보팀 직원 김모(38) 씨는 “청탁금지법 실시 이후 예전처럼 기자들과 긴 술자리를 가지면서 일 얘기를 하는 게 많이 줄어들었다”면서 “프레스 투어 역시 편하게 주요 매체들만 챙기고 싶지만 법을 위반할까 온라인 매체를 포함해 모든 매체에 오픈했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측면에서 청탁금지법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대기업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박모(41)씨는 “작년 법 시행 초반에서는 서로서로 알아서 주의하는 면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적발이 힘들다는 것이 법 적용 대상자들 사이에서도 암묵적으로 합의되면서 식사나 선물 등은 거의 신경 쓰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 적용 대상자와 만나더라도 내가 지금 하는 행동이 부정 청탁에 해당되는지 아닌지는 판단하는 의식이 자리잡았다”고 했다.

법안을 처음 제안했던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법의 가장 좋은 점은 무심코 뭔가 했는데 ‘이게 괜찮은 것인가’라고 생각해 보게 된다는 점”이라며 “우리에게 내면화하고 있고 사람들에게 환기해준다는 점에서 잘 연착륙하고 있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청탁금지법의 목표가 사람들의 행동을 옥죄고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일단 첫 걸음을 잘 뗐다는 것.

한국법제연구원의 국민법의식연구조사에 따르면 1991년과 1994년, 2008년의 3차례 조사에서 국민들은 가장 시급히 퇴치해야 할 범죄 1순위로 부정부패를 꼽았다. 그만큼 국가기관과 공직자들의 부정과 부패 앞에 시민과 법이 무력화되는 것에 대해 우려해왔다.

문제는 연고주의나 이해관계에 의한 유착이 비단 공무원만의 일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개인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법에 정해진 절차가 무시된다고생각되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뇌물이나 부정청탁을 활용하는것을 당연시 했기 때문. 사회학자이자 작가인 정수복씨는 “한국인들은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람을 모르는 사람과 똑같이 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왔다”며 “대다수가 ‘배신이냐 의리냐’를 따지는 윤리적 프레임 속에서 자신들의 부당 행위를 정당화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이같은 법문화가 바뀌고 있다. 이는 한국사회학회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응답자 10명 가운데 9명은 청탁금지법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선물 교환이 줄었다”거나 “직무 상 부탁이 줄었다”고 답한 응답자도 각각 66.5%, 65.9% 였다. 법 시행에 찬성하는 비율은 시행 초인 83.6%에서 85.4%로 다소 올랐다. 청탁금지법이 ‘우리 동네의 확고한 규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얘기다. 조사를 진행한 임동균 서울시립대 교수는 “전반적으로 청탁금지법은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법이 실질적으로 사회적 관습과 문화적 축면에서 변화를 낳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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