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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 얼마나 뽑아야만 취업하나요? 취준생, 입사지원 ‘신검 스트레스’
검사결과 당사자에 고지도 안해

“채용시즌에는 매주 피를 뽑은 적도 있어요. 혈액검사 한다고요”.

취업을 위해 수차례 피를 뽑는 청년들은 자신의 피를 팔아 생계를 마련하는 위화의 소설 ‘허삼관매혈기’ 속 주인공 허삼관을 닮았다. 지원과 탈락을 반복하는 청년 구직자들은 기업마다 반복하는 채용신체검사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다수 채용신체검사는 기업에서 지정한 병원에 검사비용을 지불하고 구직자가 해당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시스템. 신체검사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어도 다른 기업에 지원할 때는 또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구직자들이 채용신체검사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불편함은 매번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과 검사를 위한 스케줄 부분이다.

혈액검사로 팔뚝이 성할 날이 없었다는 김 씨(27)는 “얼마 전에 생긴 바늘 자국이 사라지기도 전에 또 바늘이 꽂혔다. 피멍든 팔을 볼 때 서러운 마음이 들더라”고 하소연했다.

채용까지 수차례 신체검사를 해야했다는 정모(28) 씨도 “면접 준비도 버거운데 지정일에 지정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느라 일정 조정에 애를 먹었다. 알바중이었다면 지장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이나 지방에 거주하는 비서울권 구직자들은 더 힘들다. 기업체 지정병원이 대부분 서울이기 때문이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윤모(27) 씨도 “아침에 병원에 가는 데만 1시간 30분이 걸렸다. 왔다갔다 하는 시간만 3시간이 넘게 든 셈이다”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특히 구직자들을 최종면접 이전에 실시되는 신체검사가 괴로웠다고 말했다. 최종면접도 하기 전에 신체검사부터 받았다는 박모(28) 씨는 “기업이 어떤 것을 선별적으로 고려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취업가능성이 낮은 전형에서부터 정보를 제공하고 싶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취업신체검사 결과는 기업만 알고 당사자에겐 고지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 불만의 목소리가 더욱 크다.

윤 씨는 “단 한번도 채용신체검사 결과를 고지받은 적이 없다. 탈락자는 검사결과를 확인할 기회조차 없는 것이냐. 결과를 알려주지도 않을 검사를 채용을 목전에 둔 것도 아닌 단계부터 요구하는 게 화가 난다”고 말했다. 박 씨 역시 “합격, 불합격 여부에 상관없이 기업이 받아보는 결과서를 응시생들에게 똑같이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채용 중간단계부터 실시되는 신체검사는 정부가 권고하는 ‘블라인드 채용’ 도입 취지에도 어긋나는 시대착오적 제도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 씨는 “특별한 신체조건을 요구하는 회사가 아니라면 신체검사는 최종면접 직후가 맞다고 본다. 면접 이전 단계에서 신체검사 정보가 노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신체에 이상이 있거나 혹은 특정 질환등으로 차별할 이유가 생길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권헌영 고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적어도 구직자들에게 검사 결과를 고지받을 권리는 있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병원과 기업이 당사자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특약을 맺은 경우라면 당사자가 요구해도 결과를 알 수 없겠지만 그런 특약을 일부러 맺는 경우는 드물 것으로 보인다. 해당 특약을 맺지 않은 경우에도 결과를 알려주지 않는다면 개인정보보호법상 자기 정보에 대한 열람청구권 침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기업체 채용신체검사 지정병원인 서울의 한 대학병원 측은 구직자에게 검진결과를 알려주지 않는 이유로 “병원 측은 비용을 지불한 기업체와의 계약했기 때문에 따로 구직자에게 결과를 고지할 의무가 없어서”라고 답하며 “개인이 따로 요청할 경우 결과를 알려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유진 기자/kac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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