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강경발언에 수위조절 고심

[뉴욕=김상수 기자] 올해 유엔총회에선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모두 첫 기조연설에 나선다. 스타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끊었다. 발언수위는 ‘역대급’으로 강경했다. 이제 관건은 문 대통령의 입에 쏠린다. 자칫 한미 정상 간 온도 차로 대비될 것을 우려, 청와대는 극히 신중한 기류다. 문 대통령 역시 강한 제재를 언급하면서도, 대화를 통한 평화적 방식을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북한의 잇단 도발로 국제사회의 제재 동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초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문 대통령의 ‘평화적 해법을 위한 대화’ 수위 조절을 놓고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유엔총회 기조연설엔 예상을 웃돈 강경한 표현이 대거 포함됐다. “방어해야만 한다면 북한을 완전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 “북한 정권보다 더 경멸을 보여준 이들은 없다”는 등이다. 내용 자체론 새롭지 않더라도 표현 방식을 소위 ‘트럼프식’으로 극대화했다.

청와대도 공식 반응을 내놨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 기조연설 이후 “국제사회와 유엔이 당면한 평화와 안전유지와 관련된 주요 문제에 대해 확고하고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했다”며 “특히 미 대통령으로서 이례적으로 긴 시간을 할애해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미국 정부가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 잘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미 내부에서조차 “너무 나갔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의 발언이었지만, 최대한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 양국 외교 관계를 감안하려는 흔적이 엿보인다.

또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한미 양국의 공통된 입장이란 점도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한미 양국 정상이 누차 밝혔듯 최대한도의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만이 미래를 위한 유일한 길임을 깨닫도록 해야한다는 걸 재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은 이 문제와 관련,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긴밀한 공조와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정상이 누차 밝혔다”, “긴밀한 공조와 협의” 등의 표현이 눈에 띈다. 한미 간 이견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유엔 순방 기간동안 사실상 기조연설의 주요 대북 메시지를 예고해왔다.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과 만나선 “북핵문제가 평화적 방식으로 근원적ㆍ포괄적으로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밝혔다. 각국 수석대표 오찬에서도 정확히 같은 표현의 발언을 언급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의 정상회담 역시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평화적 방식으로 조속히 근원적ㆍ포괄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협력하자”고 말했다. 기조연설에 이 같은 메시지가 담길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연설과도 골자는 동일하더라도, 표현 방식에선 양국 정상의 첫 기조연설이 크게 대비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유엔 순방의 절정은 기조연설이 예정된 21일이 될 전망이다. 기조연설에 이어 문 대통령은 이날 한미일 정상회담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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