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정신과 찾는 소방관’ 4년새 10배 급증… ‘동료 트라우마’ 충격 가장 커
-지난해 상담 5087건…“심리치료 지원 부족”
-‘동료 관련 트라우마’가 정신적 충격 가장 커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지난 17일 강원도 강릉 석란정 화재 현장에서 진화 작업을 하던 이영옥(59) 소방위와 이호현(27) 소방사가 건물 더미에 매몰돼 숨지고 말았다. 이 소방관 2명은 ‘석란정’ 건물 기와가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화마와 싸운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들은 전날 오후 9시 45분께 강릉시 강문동 석란정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1차 출동했다. 불은 8분여 만에 진화됐으나 이날 오전 3시 51분 석란정에서 재발화됐다는 신고를 받고 2차 출동해 진화작업을 벌이던 중 정자 건물 바닥에서 연기가 나자 건물 한가운데서 도구로 마룻바닥을 헤치며 잔불을 제거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소방관들의 죽음은 유가족 못지않게, 현장에서 다치거나 숨지는 장면을 지켜보는 동료들에게 커다란 트라우마로 남는다. 하지만 정신적, 심리적 고통에 신음하는 소방관들에 대한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홍철호 의원(바른정당, 경기 김포 을)이 18일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7개월간 소방관들이 받은 정신과 진료 상담 건수는 1만7557건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2년 484건, 2013년 913건, 2014년 3288건, 2015년 3887건, 2016년 5087건으로 최근 4년 새 10.5배 늘었다. 올들어 7월까지 3898건으로 2015년 한해 전체 수치에 육박했다.


또 소방청의 소방관 심리평가 결과, 소방관은 연 평균 7.8회 참혹한 현장에 노출돼 심리 질환 유병률이 일반인의 5∼10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자살한 소방관 수도 47명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2년 6명, 2013년 7명, 2014년 7명, 2015년 12명, 2016년 6명에 달했으며 올해(7월말 기준)는 9명이나 됐다.

하지만 심리치료 지원은 부족했다. 전문의나 심리상담사가 직접 소방서를 찾아 개인 상담 등을 하는 ‘찾아가는 심리상담실’ 사업은 지난해 기준 전체 소방서 213곳 중 14%인 30곳에서만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철호 의원은 “소방관은 직무환경 특성상 반복되는 참혹한 현장 경험으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수면장애 등 심리적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면서 “심리 상담과 치료 지원비용을 대폭 늘리는 동시에 ‘찾아가는 심리상담실’을 확대 운영하는 등 근무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관들이 사건과 관련된 정신적 충격은 동료와 관련된 트라우마 사건이 가장 컸다.

최근 국립정신건강센터 불안스트레스과 심민영ㆍ이정현 박사팀은 소방관 212명(평균 나이 41.4세)을 대상으로 업무 중 겪은 트라우마에 따른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정신적 충격의 정도는 동료와 관련된 트라우마가 10점 만점에 7.47점으로 가장 높았고 간접적 트라우마(6.08점), 직접적 트라우마(4.47점)가 뒤를 이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소방관 3명 중 1명꼴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S)에 시달린다. PTSS는 충격적인 사건(트라우마)을 경험한 사람에게 일어나는 악몽, 환각, 불면 등의 정신적인 증상을 말한다. 소방관들의 트라우마는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는 등의 간접적인 트라우마가 92%로 가장 많았으며, 업무 중 부상이나 위협 등 직접적인 트라우마 70.8%, 동료의 사망이나 자살, 심각한 부상 등 동료와 관련된 트라우마 56.6% 등으로 조사됐다.

mkka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