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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텔방 요구논란’ 최영미 시인은 누구? 386세대 베스트셀러 시인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생활고를 호소하며 ‘호텔에 머물게 해주면 평생 그 호텔을 홍보하겠다’고 제안해 논란의 주인공이 된 최영미 시인은 지난 1994년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화려하게 데뷔한 베스트셀러 시인이다.

386세대로서 80년대 운동권 세대의 빛과 그림자를 노래한 이 시집은 기존 시들과 차별화되는 관점으로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며 시집으로서는 드물게 발간 첫 해 50만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특히 젊은 여성 시인의 관점으로 세상을 재해석해 국내 시문학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최영미는 199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시인 중 한 명으로서, 첫 시집은 ‘이념이 사라진 1990년대의 환멸을 성적인 언어 등의 도발적 언어로 표현,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끌어냈던 여성시인의 첫 시집’으로 소개되고 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그의 데뷔작인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현재까지 무려 52쇄를 찍었고, 지난해 11월 21년만의 개정판이 나왔다. 대표적인 시로는 ‘아도니스의 연가’, ‘서른, 잔치는 끝났다’, ‘선운사에서’, ‘사랑의 시차’ 등이 있다.

1961년 서울에서 출생한 그녀는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에드워드 호퍼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후에 최씨가 국문학 석사 학위도 없어 시 강의를 하지 못한다고 푸념한 것은 이때 미술 관련 석사 논문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1992년 ‘창작과 비평’에 ‘속초에서’ 등 8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1994년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1997년 산문집 ‘시대의 우울’, 1998년 시집 ‘꿈의 페달을 밟고’ 등을 냈다. 대학 4학년이던 23살 때 운동권 선배와 결혼했고 혼인신고 없이 4개월만에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슬하에 자녀는 없다.

종종 시집이나 산문집을 내긴 했지만, 최근에는 생활고를 털어놓을 정도로 어려움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16일 최씨는 페이스북에 “마포세무서로부터 근로장려금을 신청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내가 연간 소득이 1300만원 미만이고 무주택자이며 재산이 적어 빈곤층에게 주는 생활 보조금 신청 대상”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약간의 충격이다. 공돈이 생긴다니 반갑고 나를 차별하지 않는 세무서의 컴퓨터가 기특하다”며 “아는 교수들에게 전화를 걸어 시간 강의를 달라고 애원했다. 생활이 어려우니 도와 달라 말하니 학위를 묻는다. 국문과 석사학위도 없으면서 시 강의 달라 떼쓰는 내가 한심했다”고 아쉬워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당시 최영미 시인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년 혹은 2년에 한번 책을 내고 그 책이 2만부는 나가야 생활이 된다. 2만부 책이 나가면 작가한테 돌아오는 것이 한 2000만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지난 10일 최영미 시인은 페이스북에 “집주인으로부터 방을 빼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사라면 지긋지긋하다. 고민하다 묘안이 떠올랐다. 제 로망이 미국 시인 도로시 파커처럼 호텔에서 살다 죽는 것”이라며 “서울이나 제주의 호텔에서 내게 방을 제공한다면 내가 홍보 끝내주게 해줄 수 있다. 내가 죽은 뒤 ‘시인의 방’으로 이름 붙여 문화상품으로 만들 수 있지 않나”라는 글을 올렸다. 이와 함께 직접 서울의 모 호텔에 1년간 숙박할 수 있게 해달라고 이메일을 보냈다며 이메일 내용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최씨가 밝힌 이메일에는 “저는 A호텔의 B레스토랑을 사랑했던 시인 최영미입니다. 제안 하나 하려고요. 저는 아직 집이 없습니다. 제게 A호텔의 방 하나를 1년간 사용하게 해 주신다면 평생 홍보대사가 되겠습니다. A를 좋아해 제 강의를 듣는 분들과 A라는 이름의 모임도 만들었어요. 제 페북(페이스북)에도 글 올렸어요. 갑작스런 제안에 놀라셨을텐데, 장난이 아니며 진지한 제안임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답변 기다리겠습니다”라고 썼다.

최씨가 언급한 A호텔은 4성급 호텔로 투숙객 전용 야외 수영장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는 “그냥 호텔이 아니라 특급호텔이어야 한다. 수영장 있으면 더 좋겠다. 아무 곳에서나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나”라며 “이 글 보고 ‘여기 어때’ 하면서 장난성 댓글 메시지 보내지 마세요. 저 한가한 사람 아녀요”라고 마무리했다.

일각에서 ‘갑질 논란’을 제기하자 최씨는 ‘무료로 방을 달라고 요청한 것이 아니었다’며 해당 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확산되는 논란에 대해 추가로 올린 글에서 “다들 정신차립시다. 이번 사태로 새삼 깨달앗어요. 한국사람들은 울 줄은 아는데, 웃을 줄은 모르는 것같네요. 행간의 위트도 읽지 못하고... 내가 내 집만 있었더라면 이런 수모 당하지 않는데”라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영미 시인과 그의 팬들에게 좋은 소식도 있다.

그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시를 읽는 오후’ 1쇄 3000부가 다 나가, 오늘 2쇄 찍는다는 이야기 들었어요. 서점에 깔린 지 20일만에 3000부! 기분이 좋아서 오늘 저녁 푸른역사아카데미의 시 강의 잘 됐어요. 제 생애 최고의 강의를 방금 했어요”라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페르샤의 천문학자 시인 오마르 하이얌(1048–1131)”이라며 “젊었을 적에 내 스스로 박사와 성인들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이런저런 위대한 논쟁들을 들었지만:/들어갈 때와 같은 문으로 나왔을 뿐. 나 자신 변한 건 없었네”라는 시를 전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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