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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이신설선, 학생-직장인-등산객 엉키는 혼란 없었다
출근길 ‘꼬마열차’ 타보니…
서로 방향 엇갈려 대란 없어
시민들 “생각보다 나은데요”
기관사 없어 고장대처 불안도

“생각보단 괜찮네요.”

4일 오전8시30분께 ‘우이신설선’ 북한산보국문역 열차 안에서 만난 한 직장인은 만족스런 목소리를 냈다. 개통 사흘째, 처음 맞는 평일 출근 열차 안은 직장인과 백팩을 얼싸안은 학생들로 가득했지만, 우려할 만큼의 ‘만원’은 아니었다. 이 직장인은 “(열차가)생각보다 훨씬 작아 놀라기는 했다”며 “지하철 9호선의 출근대란 재현도 우려했었는데, 역사 곳곳의 안내직원들이 통제를 잘 해주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간 우려 처럼 직장인과 학생, 등산객이 뒤엉키는 큰 대란은 없었다.

서울시 최초 무인 경전철 ‘우이신설선’은 강북구 우이동~동대문구 신설동(11.4㎞)을 모두 13개 역을 잇는 노선으로 지난 2일 개통했다. 북한산을 등반할 때 출발지로 각광받는 우이동 북한산 입구 근처인 북한산우이역은 물론, 4호선 환승이 가능한 성신여대입구역, 1ㆍ2호선으로 갈아탈 수 있는 신설동역도 지난다는 노선도가 공개될 때부터 열차에 대한 혼잡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었다.

4일 오전 8시30분께 우이신설선 북한산보국문역에서 승객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 날 동대문구 신설동 신설동역으로 향하는 열차 안은 직장인과 학생으로 가득하긴 했으나 서로 밀고 밀리는 등의 혼잡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들은 서울 지하철 1~8호선 열차보다 각각 길이 6m, 높이 0.55m가 작은 1량 당 길이 14m, 폭 2.65m(높이는 3.6m로 동일)인 ‘꼬마 열차’ 안에 조용히 몸을 실었다.

성북구 정릉4동에 사는 직장인 최선희(29ㆍ여) 씨는 “평소 서울역 일대에 있는 직장에 가기 위해 162번 버스를 타면 40분 정도 걸렸는데, 우이신설선을 이용하면 20~25분으로 시간이 확 준다고 해 탔다”며 “이정도 혼잡이면 견딜만하다”고 했다. 승객 대다수는 신설동역과 성북구 동선동 성신여대역에 하차했다.

직장인과 학생, 등산객 간 충돌은 당초 일어나기 힘든 구조였다. 이날 신설동행 열차는 주로 직장인과 학생을, 북한산우이행 열차는 주로 등산객을 태운 채 엇갈려 운행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직장인 허정현(49) 씨는 “아무래도 서로 간 목적지가 양 끝에 놓인 만큼, 출근 시간대 등산객과 뒤엉켜있는 상황은 없을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고 안도했다.

상당수 승객들은 우이신설경전철의 기관사가 없는 무인열차 구조에 관심을 보였다. 열차 안에서는 기관사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열차 맨 앞으로 와 운전석을 확인하는 승객도 보였다. 자영업자 이모(48) 씨는 “최근까지 무인으로 운행되는 각지 경전철에 대한 고장 소식을 접한 적이 있어 조금은 불안하기도 하다“며 ”지금보다 조금 더 승객이 몰린다면 온갖 돌발상황이 생길텐데, 이를 기관사가 없는 열차가 바로 대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염려했다.

시는 지금같은 안전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 2일 개통 이후부터 29일간 모두 2755명 안전요원을 우이신설선 각 전동차와 역사 내에 임시 배치 중이라고 설명했다. 운행 간격도 평소에는 4~12분이나 출ㆍ퇴근 시간에는 3분으로 조정했다. 정차 시간은 일반역 30초, 환승역 40초다.

이 날 열차, 역사 안에 광고물이 없고 2량 열차를 잇는 부분에 문도, 문턱도 없는 등 시설 구조 면에서도 많은 승객들이 합격점을 줬다. 시는 우이신설선을 무엇보다 승객 편의를 중심으로 운영하겠다고 수 차례 공언한 바 있다. 승객들은 “이제야 성형외과 광고로 가득한 열차에서 해방됐다”, “구조로만 보면 유모차를 끌고 와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라며 감상평을 내놓았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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