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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 앤 스토리] “2010년 산낙지 질식사 사건 여전히 미스테리…증거 확보 아쉬워”
-보험금 노리고 애인 ‘낙지 질식사’ 위장ㆍ살해 의혹
-법원, 무죄 판결…“증거 없고 질식사 가능성 배제 못해”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20여년 넘게 범죄 사건을 다룬 이수정 교수. 수많은 사건 가운데 이 교수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했던 ‘산낙지 질식사 사건’을 가장 미스테리한 사건으로 꼽는다.

이 교수는 “사고 초기에 객관적 증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던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0년 4월 인천 남구의 한 모텔에 남자친구와 투숙한 윤모(21) 씨는 돌연 호흡곤란의 증세를 보였다. 당시 남자친구였던 김모(31) 씨는 “여자친구가 낙지를 먹다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16일간 죽음과의 사투를 벌인 윤 씨는 결국 숨을 거뒀다. 경찰은 단순 변사사건으로 보고 내사 종결했고, 유족 측도 곧바로 윤 씨 시신을 화장했다. 


그러나 장례식을 치룬 지 한 달 뒤 반전이 등장했다. 윤 씨 부모 앞으로 보험증서가 날아온 것. 윤 씨가 숨지기 한 달 전 2억원짜리 사망보험에 가입한 것이다. 가입 당시 보험 법정상속인은 직계가족이었으나 4일 뒤 상속인은 남자친구 김씨로 변경됐다. 김 씨는 2억 원을 수령한 이후 종적을 감춰버렸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유족이 재수사를 요청했다. 평소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빠듯하게 살았던 윤 씨가 한달 13만원이나 하는 생명보험에 가입할 리 없다는 것이었다. 또한 윤 씨가 뇌사상태로 쓰러져 있던 기간에도 김 씨의 고종사촌이 윤 씨의 보험료를 납입했다. 보험을 유지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그러나 시간이 한참 지난 탓에 중요한 단서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보강수사 끝에 김 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1심 재판부는 김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질식사의 경우 호흡곤란으로 인한 격렬한 몸부림이 나타나야 했지만 그런 흔적이 없었던 점, 김 씨의 진술이 일관적이지 않은 점 등을 인정했다. 또한 신용불량자인 김 씨가 평소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과소비를 하는 등 보험금 수령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를 목적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 씨는 “여자친구가 낙지를 먹다 목에 걸리자 호흡을 멈췄다. 목에 걸린 낙지 일부를 내가 손으로 끄집어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나 윤 씨 목에선 낙지가 발견되지 않았고, 이들이 구입한 낙지는 연포탕 등에 쓰이는 낙지로 통째로 가져가기 보다는 대부분 잘라서 가져가는 큰 낙지였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을 달랐다. 재판부는 “저항흔적이 없다는 점과 피고인 진술 외에는 사망원인을 밝힐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김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지난 2013년 원심 판결을 인정하면서 김 씨는 무죄가 확정됐다.

이 교수는 “살해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명백하지 않고 질식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며 “피해자가 사고 이후 2주 넘게 생존했지만 증거를 확보할 기회를 놓쳤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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