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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간 100쇄 풍년…베스트셀러에서 스테디셀러로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독자들의 많은 선택을 받은 베스트셀러 가운데는 ‘반짝’ 하고 금세 스러지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잔잔한 울림을 주면서 오래 사랑받아 스테디셀러로 옮겨가는 경우가 있다. 세월이 흘러도 그때마다 적절한 의미로 재해석되면서 생명력을 얻는 책들이다.

올해에는 독자들로부터 꾸준히 관심을 받아온 100쇄를 맞은 스테디셀러들이 여럿이다. 책을 처음 찍어낸 초판, 1쇄에서 인쇄를 거듭해 100번을 넘긴 작품들이다. 이들은 출간 당시 이미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작품들로 인쇄 부수도 5000부~1만부씩인 점을 감안하면 100쇄는 기념할 만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올해 100쇄를 넘긴 김훈의 장편소설 ‘남한산성’은 2007년 출간돼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지금까지 판매된 부수는 60만부. 관념적인 말을 중심에 놓은, 밀도 높은 문체를 따라가기 쉽지 않은 작품인데도 100쇄를 기록했다는 점은 흥미롭다. 작가는 “역사적 담론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그저 인간의 삶이 빚어낸 풍경들을 묘사”하려고 했다지만, 소설 속 주화파, 척화파의 주장과 말들은 정치사회적 현실을 이해하는 말로 해석되곤 했다.

김훈의 전작 ‘칼의 노래’ 역시 일찌기 100쇄,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이 책은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안 가결로 권한이 정지됐을 때 읽은 책으로 알려져 그 해에만 40만~50만부가 팔렸다.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도 100쇄를 맞았다. 2009년 출간된 이래 83만부가 팔린 책은 2011년 동명의 영화가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키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2011년 10월 일명 ‘도가니법’(‘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이끌어낸 작품으로 현실의 문제를 소설의 공간에서 재구성하는 작가의 탁월한 능력으로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공지영의 2005년 출간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역시 3년만에 100쇄를 찍은 바 있다.

한국 쟝르문학 붐을 일으킨 2011년 출간된 정유정의 ‘7년의 밤’도 올해 안에 100쇄가 유력하다. 현재 91쇄로 50만부가 판매됐다. 동명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어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안도현 시인의 ‘연어’는 지난 7월17일 139쇄,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부제를 달았지만 요즘 청소년들에게 인기 도서 중 하나다. 이번 100만부 기념으로 나온 특별 한정판에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번역가로 잘 알려진 데버러 스미스의 영문 번역이 함께 수록됐다.

이밖에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무려 300쇄를 기록했다. 1978년 6월 출간된 이래 올해 4월까지 137만부를 기록했다. 이번 300쇄 한정 기념판에는 이철수의 판화 ‘뫼비우스의 띠’가 들어있다.


스테디셀러를 만드는 힘은 인간의 본성과 한계를 드러내는 집요함에 있다. 그런 책들은 시대가 달라져도 여전한 울림을 갖는다. 여기에 사회적 파장과 대중성도 스테디셀러를 움직이는 한 요소다.

100쇄를 기념하는 새로운 장정의 에디션은 독자들에게 특별한 소장의 즐거움을 준다. ‘남한산성’의 경우 한국화가 문봉선 홍익대 교수의 그림 27점이 수록됐다. ‘도가니’는 새로운 디자인의 하드 커버로 개정판으로 바뀌었다. 공지영 작가는 100쇄 출간을 기념, 100쇄의 인세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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