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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乙의 전쟁 ①] 점주 “남는게 없다, 알바 감축” VS 알바 “최저임금 인상 환영…근데 백수될라”
-인력 필요하지만 손해만 늘어
-점주 “알바 대신 가족경영으로”
-알바생은 “짤리면 갈 곳 없어”
-인건비 부담 큰 편의점 등 울상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점주들 vs 알바생 밥그릇 싸움’.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16.4% 인상, 사상 최대 인상폭을 기록하면서 팽팽한 기싸움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자영업자는 인건비에 대한 부담감을, 노동계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이 상생의 첫 단추가 아닌 ‘을과 을의 전쟁’으로 전락했다.

한 외식 프랜차이즈 아르바이트생인 대학생 한모(23) 씨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인상됐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알바비도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잔뜩 부풀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을 환영한 한 씨의 행복도 잠시뿐이였다. 인상 소식과 함께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인건비 지출에 부담을 가진 점주들이 알바생을 감축 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한 씨는 “부모님께 생활비 등 손 벌리는 것이 미안해 알바를 시작했는데, 사장님이 우리 알바생들을 줄인다고 하면 정말 막막하다”며 “요즘 사장님 한숨소리만 들려도 간담이 서늘하다. 알바 자리 찾기도 어려운데… ”라고 말했다. 특히 점포 특성상 직원을 다수로 고용해야 하는 커피숍이나 음식점과 24시간 영업으로 인건비 부담이 큰 편의점, PC방 등에서 일하는 알바생의 경우 그 타격이 더 크다. 

[사진=아르바이트생 관련 이미지]

최근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고용주 35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약 80%가 내년 고용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설문조사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알바생 고용을 50% 이상 대폭 줄일 것’이라는 답변이 24.4%로 가장 많았고 어느 정도(10~20%) 줄일 것이라는 응답도 23.9%였다. 또 알바생 대신 가족경영을 고려하겠다는 사람도 20.2%, 혼자 가게를 꾸릴 것이라는 이도 9.7%였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이 ‘만족스럽다’는 알바생은 75.8%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에 직격탄을 맞는 점주들의 고민도 이만저만 아니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일부 프랜차이즈 점주들의 경우 순수익을 따져보면 알바생보다 자신의 인건비가 되레 낮을 수도 있겠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한 편의점 점주는 “고용주 입장에서는 인력이 필요하지만 고용할수록 손해보는 상황이 된다”며 “이 상태라면 차라리 사업을 접고 내가 알바를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 다른 편의점 점주는 “최저 임금이 올라 고용이 힘들어지면 가족들을 동원하게 될 것 같다”며 최저시급이 인상되면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가족들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산에서 상가 건물 한층 전체를 PC방으로 운영하는 40대 김모 씨는 “솔직히 지금 인건비도 버거운데, 건물주에 돈 떼이고 알바에 돈 떼이고 남는 게 없다”며 “그냥 직접 더 일하고 알바를 줄여야지 어쩌겠냐… 결국 죽으라는 소리 아니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각에선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기는 사각지대를 해소할 방안 없이 무작정 밀어붙이는 식의 최저임금은 무모한 실험이라며 대기업 본사에 대한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최저임금 인상이 되레 양날의 검으로 돌아올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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