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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푹푹 쪄도 창문 하나 못 엽니다…‘악취’ 때문에”
-음식점 등 생활악취 민원 매년 증가
-6~9월 여름철에 47.93% 집중 접수
-악취 방지법 있으나 큰 도움 안 돼
-구 관계자 “개선명령만 내리는 수준”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낡은 옷 냄새에 상한 생선 비린내도 섞여 올라오니 미칠 노릇이죠.”

지난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한 쪽방촌에서 만난 주민 한모(70) 씨는 담장 한 켠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손은 정체 모를 옷가지, 인근 음식점에서 나온 듯한 음식물 등이 뒤섞인 쓰레기 더미를 가리켰다. 한 씨는 “냄새가 진동하니 날이 더워도 창문 열 엄두를 못 낸다”며 “심할 때는 지나가다 헛구역질이 날 정도“라고 했다.

‘생활악취’로 불쾌감을 느끼는 서울 시민이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여름철이 되면 날이 풀리면서 찝찝한 냄새가 더욱 기승을 부리지만, 서울시도 뾰족한 대응책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 설명=지난 9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담장 한 켠에 악취를 유발하는 쓰레기가 쌓여있다.]

시는 하수처리장에서 유발되는 ‘하수악취’를 뺀 음식점, 쓰레기 소각장 등 시설에서 생기는 악취 대부분을 생활악취로 취급한다.

11일 시에 따르면 생활악취 민원은 지난 2015년 477건에서 지난해 557건으로 16.77%(80건)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절반 수준인 47.93%(267건)가 6~9월 여름철에 몰렸다.

자치구로 나누면 도봉구(81건), 서초구(58건), 강남구(45건) 등 순으로 많았다.

도봉구 관계자는 ”상당수는 음식점 인근 주거단지에서 들어오는 민원“이라며 ”그러나 어느 곳에서만 집중 접수되는 게 아닌 관내 곳곳에서 신고가 들어오는 만큼 (생활악취를) 뿌리 뽑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악취는 후각 감퇴, 두통, 구토 등 증상과 정신적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심하면 혈압 상승, 호르몬 분비 변화 등을 부르기도 한다.

정부도 이에 지난 2005년 2월 ‘악취 방지법’을 본격 시행하고 암모니아, 황화수소 등 22종 성분을 악취물질로 규정했다. 또한 시ㆍ도지사 등 광역단체의 장으로 하여금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는 지역은 ‘악취관리지역’으로 정해 관리하도록 했다.

관리지역이 되면 엄격한 악취 배출허용기준을 따라야 하고, 악취방지시설 설치 등 악취를 줄일 수 있는 관련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문제는 특정 지점에만 집중 발생하는 하수악취와 달리, 원인부터 다양하고 발생지역도 가늠할 수 없는 생활악취에는 이런 관리가 먹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음식점과 쓰레기소각장 등 생활악취 민원이 들어오는 모든 곳을 관리지역으로 두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없다는 게 시와 자치구의 입장이다.

지금은 생활악취 민원이 들어오면 즉각 점검에 나서는 방식으로 대응이 이뤄진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원인을 먼저 파악한 후 책임자를 찾아 개선명령만 내리는 수준“이라며 ”악취가 사람마다 느껴지는 정도도 다른 만큼, 이 이상으로 문제 삼아 규제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조치보다 예방에 우선 집중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민원다발지역 중심으로 일대 건축물의 환기장치 등이 잘 돼 있는지 더욱 촘촘히 점검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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