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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은 마약퇴치의 날①][르포]“징글징글한 마약끊기…그래도 약쟁이 오명 벗어야죠”
-재활 공동체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 단약 안간힘
-마약 중독자 출신 신용원 목사…20년째 운영 중
-“용기 북돋는데 초점”…설교땐 여기저기서 ‘눈물’
-자립 돕기 위해 떡 공장ㆍ이삿짐센터 등 운영도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교도소에서 A 씨가 근로장려금을 모아서 성금으로 냈습니다. 8만8000원. 우리는 그동안 분말가루에 맥을 못 추고 통제 받았습니다. 유혹에 빠지지 않게 저희를 구원해주소서.”

인천 구월동 모래내시장 입구. 교회가 있을 것 같아 보이지 않는 허름한 건물의 어두컴컴한 계단을 오른다. 3층에 이르자 찬송가 소리가 들려온다. 마약 중독자 출신 신용원 목사가 2002년부터 꾸려온 마약 재활 공동제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소나사)’이다.

지난 18일 오전 소나사에서는 주말 예배가 열렸다. 이날 예배에는 마약 중독자와 그들의 부모님과 어린자녀를 포함한 가족 20여명이 참석했다. 예배 순서는 통상의 교회 예배와 별 차이가 없었다. 찬송가를 부르고 성경을 읽었다.

신 목사의 설교도 이어졌다. 마약을 끊는 것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용기를 북돋우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중간 중간 눈물을 훔치는 신도의 코를 훌쩍이는 소리도 들렸다. 이날에는 바로 며칠 전 교도소에서 나온 마약 전과자와 불과 며칠 전 남편이 교도소에 수감된 아내도 있었다.

스스로를 30년차 약쟁이였다고 소개한 B 씨는 “중학교 때 본드로 처음 시작을 했어요. 그러다가 가스 불고, 땅콩이라고 그러죠? 진해거담제 먹다가, 날부핀 하다가 결국에는 열아홉에는 뽕까지 손을 댔죠”라고 말했다.
18일 인천 모래내 시장 입구에서 마약 재활 공동체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이 주말 예배를 보고 있다. [사진=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그런 B 씨의 손을 신 목사가 잡았다. 교도소에 마약 중독 상담 봉사활동을 나가던 신 목사를 따라 B 씨는 단약을 시작했다.

몇 차례 위기도 있었다. B 씨가 약의 유혹을 끊지 못하고 다시 손을 댔다. B 씨는 “마약 끊기가 힘든 건 알았지만 이렇게 징그러울 줄은 몰랐죠”라고 했다.

B 씨는 “약을 하고 몰래 교회에 나오는 사람들은 딱 티가 나요. 자기가 잘못을 한 걸 아니까 계속 눈치를 보죠. 두리번거리는 게 티가 나요. 그리고 몸에 힘이 들어가서 뒤에서 봐도 턱 근육이 도드라져 보이죠”라고 말했다.

마약에 다시 손댄 B 씨는 결국 또다시 적발된 적이 있다. 신 목사는 직접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신 목사는 B 씨가 마약을 끊으려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더욱더 도울지 재판부를 설득했다.

B 씨는 신 목사 덕분에 집행유예를 받았고 다시 단약을 하고 있다. B 씨의 아버지는 마지막 숨을 거두며 신 목사에게 B 씨를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예배를 마친 이들은 방금까지 예배당이었던 곳에 상을 폈다. 삼삼오오 수저를 놓고 밥과 오이 미역 냉국, 어묵 볶음과 묵은지 고등어조림으로 점심상이 차려졌다. 소나사 사람들은 함께 점심을 들며 근황 이야기를 했다.

남편이 최근 향정신성의약품 관리법 위반 혐의로 교도소에 들어간 아내 C 씨는 “원래는 남편이 마약 끊게 하려고 같이 나왔다가 이제는 다른 데 가서는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여기서는 편하게 할 수 있어서 혼자서도 나온다”고 했다.

소나사 사람들은 자립하기 위한 사업도 벌이고 있다. 떡 만드는 기술을 배워 ‘보리떡 다섯 개’란 이름으로 사회적 기업을 운영했으나 ‘약쟁이들이 만드는 떡’ 소문이 나면서 문을 닫아야 했다. 최근엔 인천시의 지원을 받아 거리 간판 정리 사업을 맡고 있다. 또 이삿짐센터도 시작하며 자활을 돕고 있다.

남편의 1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C 씨는 “약쟁이라고 벌주는 게 전부는 아닌 것 같아요. 사람들이 오죽 힘들면 약에 빠지고 의존하게 됐을까.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시길, 그리고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는 만큼 응원해 주셨으면 합니다” 라고 말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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