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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의 페스탈로찌 “인성교육이 국가의 미래죠”
감사와 배려의 교육 지리산高
박해성 교사 백농교육상 수상


인성교육이 국가의 미래입니다. 감사할 줄 알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게 교육의 근본이죠.”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중동고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제5회 백농(白)교육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선정된 박해성(62·사진) 교사는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아이들의 마음밭이 잘 자라도록 북돋워 주면 공부든 이웃사랑이든 저절로 된다는 얘기다. 남명 조식의 경(敬)사상과 충무공 이순신의 선공후사(先公後私)를 학교 정신으로 삼고 있는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입시 지옥에 무슨 중세 시대 얘기냐 싶지만 명문대 진학률을 보면 서울의 입시 명문고 못잖다. 그것도 사회적배려자를 위한 특성화고가 말이다. 국내 유일 100% 무상기숙학교에 최고의 대학진학률을 자랑하다보니 입시경쟁이 치열하다. 신입생 선발 기준은 다른 게 없다. 가난해서, 집안 환경이 불우한 아이들이 걱정없이 공부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원래 취지대로다. 


“한 해 선발 인원이 20명인데, 4,5배 학생들이 몰리니 안타깝죠. 무상으로 배울 수 있는 이런 학교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이 곳 학생들도 처음엔 그 또래들이 그렇듯, 천방지축에, 불우한 환경으로 삐딱한 경우도 많다. 마음을 잡지 못하던 아이들이 변하기 시작하는 첫 관문은 입학식. 눈 쌓인 지리산을 올라 천왕봉의 일출봉을 맞이하는 입학식은 투덜대기 좋아하는 사춘기 아이들을 한 뼘 쑥 자라게 만든다. 학교 생활도 많이 다르다. 청소와 봉사는 기본. 목요일 오후는 봉사의 날이다. 지역 할머니 할아버지와 나들이하기, 중증장애인 돌보기, 목욕봉사, 동네 쓰레기 청소, 지리산 쓰레기 줍기 등 아이들은 봉사할 거리를 찾느라 분주하다. 부모와 친구들을 끌어들여 작은 봉사대를 만들어 활동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조금씩 변한다.

박 교사는 늘 그런 학교를 꿈꿨다. 이는 어쩌면 내림인지도 모른다. 그의 부친은 화전민 자녀들을 위해 ‘가랑잎 국민학교’를 세웠다. 싸리비 만들고 도토리, 고사리 주워 팔아 학생들을 가르쳤다. 집에 월급 한푼 가져 오지 않아 도시락을 못 싸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아이들은 물만 마셔대는 그를 위장병을 앓고 있는 줄 알았다. 그는 그때, 절대 교사는 안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 어느날 아버지의 제자 한 명이 일본인 상점에 취직해 첫 월급을 받았다고 손수건을 사왔다. 금세 눈물바다가 됐다. 그걸 보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가난하고 어려운 애들을 가르쳐야 겠다고.”

50대 중반 명예퇴직을 한 뒤, 그는 평소에 갖고 있던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퇴직금과 주위 동료 교사들이 한 푼, 두 푼 모아준 돈으로 2003년 학교를 세웠다.

지리산고등학교에는 국내 학생 뿐만 아니라 잠비아. 네팔, 키르키르스탄 등 낙후된 지역의 학생들도 더러 있다. 그렇게 공부해 대학에 진학한 뒤, 각국으로 돌아가 나라를 위한 꿈을 키워가고 있다.

“입시위주, 성적위주의 현 교육은 자신만 아는 이기적 인간을 만들어내죠. 지리산고등학교가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바꾸지는 못해도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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