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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요일밤의 학살’ 거센 후폭풍…트럼프, 신뢰 위기에 빠지다
민주, 강한 반발…공화도 ‘선 넘었다’
美 언론 “워터게이트급 신뢰의 위기”
해임 다음날 러 외무접견도 구설수
트럼프 “일 잘 못해서 해임” 주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과 연루된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중인 연방수사국(FBI)의 제임스 코미 국장을 전격 해임한 것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야당인 민주당은 트럼프 대선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의혹을 수사하던 FBI 수장의 경질은 대통령 자신을 향한 수사를 차단하려는 목적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러시아 스캔들이 워싱턴 정가를 뒤덮으면서 트럼프 정부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10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미 전 FBI 국장이 법무부에 2016년 대선캠프와 러시아 커넥션 관련 조사에 필요한 자원을 요청했다고 미 주요 관리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요청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미 전 국장 해임 전 주에 이뤄졌으며, 이는 경질 배경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킨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구체적으로 코미가 해임 직전 법무부에 수사에 필요한 예산과 인력 보강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코미 국장 해임은 (FBI의) 러시아 스캔들 조사 때문”이라며 “FBI가 자신에 대한 조사를 못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CNN방송도 이날 코미 전 국장이 해임된 이유 2가지를 꼽았다. 그중 하나는 “코미 전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충성이나 신뢰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그가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팀이 연루된 러시아 스캔들의 조사를 가속화 했기 때문”이라고 주요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코미 전 국장이 러시아 스캔들의 수사 확대 조짐을 보이자 이를 불편하게 여긴 트럼프 대통령이 화요일 밤(9일) 서한을 보내 그를 경질했다는 것이다.

야당인 민주당은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이번 해임이 ‘선’을 넘었다며 대통령이 FBI의 러시아 관련 수사를 차단하고자 정략적으로 그를 해고했다고 비판했다.

차기 대선의 ‘트럼프 대항마’로 거론되는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이날 CNN에 출연해 “트럼프가 법 위에 군림하려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모든 수사를 차단하기 위해 코미를 해임했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전날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독립적인 러시아 내통 의혹 관련 ‘특별검사’ 지명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집권 여당인 공화당 일각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공화당 중진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이날 트럼프의 코미 해임은 “전례 없는 조치”라며 “스캔들은 계속 진행된다. 앞으로 더 터져나올 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공화당 내부에서 이번 경질에 대해 비판 입장이면서도 민주당이 요구한 특별검사 요구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NN의 크리스 실리자 기자는 칼럼을 통해 “코미의 해임은 트럼프의 역대 행보 가운데 가장 예측불가능하고 위험한 행보(most unpredictable and dangerous move)”라고 평했다. 이번 경질은 코미 전 국장이 TV를 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급습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게 화요일 밤 서한을 통해 이 소식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ABC방송도 홈페이지 머릿기사로 “코미의 해임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Watergate) 이후로 볼 수 없는 수준의 ‘신뢰의 위기’를 초래했다”며 “위기에서 살아남으려다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고 꼬집었다.

백악관은 해명에 나섰다. 사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날부터 코미 전 국장을 자르려고 했었다”고 밝혔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이번 경질은 법무부 장관과 부장관이 경질을 권유했고 이에 따라 대통령이 동의하고 빠르게 행동으로 옮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회에서 “대통령이 옳은 시기에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국장 해임 다음날인 10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만난 러시아 측 인사 가운데 최고위급이다. 이 자리에는 러시아 내통 의혹의 핵심 인물인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미 국장 해임이 라브로프 장관 접견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Not at all)‘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코미 전 국장 해임 이유로는 “매우 간단하다. 그가 일을 잘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는 앞서 트위터에서도 “코미는 워싱턴과 공화당, 민주당의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신뢰를 잃었다”면서 “사태가 진정되면 그들은 내게 고마워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민주당의 반발에 대해서 “민주당은 그가 해임돼야 한다는 사실을 포함한 최악의 상황들을 언급했지만 지금은 매우 슬픈 척 연기하고 있다”며 “가짜 위선자들!”이라고 비판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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