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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평 작은 도서관의 실험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굳이 도서관을 찾아가지 않아도 오가다 사내 휴게실에서 책을 빌려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직장 내 휴게실이나 탕비실의 2평 공간에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가능한 무인 작은 도서관이 최근 직장인들에게 인기다. 매달 베스트셀러나 신간들이 신선하게 공급되고, 읽고 싶은 책을 주문하면 배달해주기 때문에 평소 책과 멀었던 직장인들도 한 권쯤 빌려보게 마련이다. 직장인들이 찾지 않는 죽어있는 사내 도서관이 살아있는 도서관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직장인 독서 트렌드로 떠오른 무인 사내 도서관은 일종의 책 대여방식으로 운영된다. 300권이 기본으로 제공되고 매달 40권씩 신간이나 베스트셀러, 주문도서 등으로 책을 교환해주는 식이다. 읽고 싶은 책들로 꾸려지다 보니 300권 중 250권은 늘 대출중이라는게 대한항공 담당자의 전언이다. 전자상거래업체인 티켓몬스터의 경우, 책 대여 인증샷을 올리면 회사에서 커피쿠폰을 제공, 직원들에게 더욱 인기다.

기업 입장에서도 1석2조로 반기는 분위기다. 그동안 버젓한 사내도서관을 갖추고 전담 직원을 배치해도 이용률이 미미해 골치를 앓던 상태에서 사내 도서관이 명실공히 지식 및 감성충전소로서 제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 달 30~40만원 정도의 한 팀 회식비 정도로 다양한 신간들을 만나볼 수 있어 훨씬 경제적이란게 기업들의 계산이다. 직원들이 책을 빌려보는 과정도 단순하다. 고른 책의 뒷면 바코드를 찍으면 그만이다. 책의 출납현황은 누구나 사이트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종래 대기업의 사내 도서관의 경우, 수 천권의 장서를 갖추고도 직장인들이 찾지 않는 책이 대부분이어서 죽어있는 도서관이나 마찬가지였다. 전담 사서가 있어도 매달 나오는 새로운 신간이나 베스트셀러를 따져보고 주기적으로 적절하게 책을 구비하려면 업무부담이 클 수 밖에 없어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현재 무인 사내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삼성디스플레이, 대한항공, 신세계백화점 등 130여곳으로, 전환하거나 새로 도입하려는 곳들도 늘고 있다. 이 작은 도서관을 더욱 반기는 곳은 중소기업들이다. 독서를 장려하고 싶어도 도서관 공간 확보나 인력 운영에 부담을 느껴 설치하지 못했던 곳들이 2평만 있으면 얼마든지 사내 도서관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미니 도서관도 가능하다. 기본책 100권에 매월 20권의 신간을 제공받는데 드는 비용은 월 10만원. 최근 트렌드에 맞게 카페형 도서관으로 만드는 곳들도 느는 추세다.

무인 사내 도서관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는 비즈앤북 김상경 이사는 “장서 1만권을 갖추고 있어도 이용하지 않으면 죽은 도서관이다. 직원들의 손이 닿는 곳에 읽고 싶은 책을 두는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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