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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속으로, 이색경찰 ①] “한때 잘 나가던 경주마…경찰배지 달고 현장 누비죠”
-서울경찰청 기마경찰대 13두 활약
-시민ㆍ외국인 “멋지다” 카메라 세례
-관광객 유치ㆍ치안 유지 역할 ‘톡톡’

[헤럴드경제=원호연ㆍ박로명 기자] 1873년 창설된 캐나다의 왕립기마경찰대(RCMP)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내세워 전세계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미국 뉴욕 기마경찰대 역시 센트럴파크의 치안을 담당하는 동시에 각종 퍼레이드에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서울에도 경쾌한 말발굽 소리로 시민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동시에 범죄를 소탕하는데도 앞장서는 기마경찰대가 질주한다.

‘달가닥 달가닥’. 지난 25일 오후 3시께 서울 인사동 거리에 경찰마 4마리의 경쾌한 말굽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울경찰청 경찰기마대에는 총 13두의 경찰마가 관광객 유치와 치안 순찰 활동에 나서고 있다. 늠름한 경찰마와 경찰기마대원의 모습에 관광객은 물론 일반 시민들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 25일 인사동 거리를 순찰하는 경찰기마대.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경찰마 ‘마린이’를 탄 이동현 경사가 선두에서 경찰기마대의 대열을 이끌며 지나가자 행인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약속이라도 한듯 20여명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인사동에 매일 있는 우리가 봐도 멋있는데 손님들은 얼마나 더 좋겠어요.” 가게 문을 박차고 나온 상인 정모(58ㆍ여) 씨는 경찰기마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화려한 승마복을 착용한 기마대원들은 말 위에서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시민들을 향해 가볍게 인사했다. 기마경찰대는 순찰 중간 중간 시민들과 ‘포토타임’을 가졌다. 이동현 경사가 유창한 영어로 “어디서 오셨어요?”라고 묻자 주뼛대던 관광객들이 냉큼 달려와 말의 고삐를 수줍게 잡으며 포즈를 취했다.

10년째 한국에 사는 중국인 우혜비(43ㆍ여) 씨는 “한국 전통 공연은 본적 있어도 기마경찰대는 영국이나 유럽에서나 봤다. 기마대랑 찍은 사진을 지금 바로 위챗에 올릴 거다”며 자랑했다.

한동안 초등학생들한테 “이 말도 정유라 말처럼 10억이에요?”라는 질문을 받았다는 이 경사는 몇 달 전과 달리 “이제는 다시 ‘멋있다’ ‘신기하다’는 칭찬을 받는다”며 껄껄 웃었다.

기마대는 순찰을 하면서 거리의 안전과 청결 등 세심한 부분까지 일일이 신경 쓴다. 양창복 경찰기마대장은 맨 앞에서 기마대를 진두지휘한다. 말 사이사이에 배치된 4명의 안전요원은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하고 변주머니를 수시로 갈아준다. 양 기마대장은 “말 안장에 이어진 일명 ‘변주머니’를 특별 제작했다. 말이 대변을 보기위해 꼬리를 들면 말 엉덩이 부분에 걸쳐져 있던 변주머니가 벌어지면서 그 안으로 변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 경찰기마대는 13두의 경찰마를 보유하고 있다. 각종 행사에서 어린이를 태우기 위해 구입한 조랑말 ‘제프와’ ‘스테이시’, 한라마 ‘태풍이’ 그리고 경주마로 많이 쓰이는 10두의 ‘더러브렛’ 종이 기마대 식구다. 

올해 8살인 ‘엄지번쩍‘은 드라마 ‘기황후’에서 배우 하지원을 태우기도 했다. 경주마였을 때 상금을 1억9000만원이나 탔을 정도로 대단했던 ‘금돌이’는 코피가 터졌다는 이유로 영화 촬영만 전문으로 하는 승마장에 보내졌다가 다시 경찰기마대로 오게 됐다. 올해 2월 양 기마대장이 삼고초려 끝에 직접 영입한 ‘선더스텝’은 기마대 ‘신참’이다.

“엄청 순한 말이 화성의 한 승마장에 있다는 소문을 듣고 3번이나 찾아갔는데 갈 때마다 나를 졸졸 따라다녀서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며 양 대장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경찰기마대의 하루는 새벽 6시 클래식음악을 트는 것으로 시작된다. 14명의 경찰관이 정성으로 경찰마를 돌본다. [사진=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현재 서울청 경찰기마대에는 경찰 6명과 승마 선수 출신 의경 6명, 행정관 2명이 경찰마를 보살핀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서울지방경찰청 경찰기마대의 일상은 오전 6시부터 시작된다. 이동현 경사가 클래식 음악을 선곡하면 감미로운 선율이 마방과 실내승마장 전체에 울려 퍼진다. 청각에 예민한 말이 음악 소리와 소음에 익숙해지게 하는 일종의 ‘청각 훈련’이다.

일찍 일어난 말들은 마방 철문 사이로 고개를 불쑥 내민다. 말 사육을 담당하는 직원이 건초와 배합사료가 수북이 쌓인 수레를 끌고 들어오면 말들은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거나 발로 마방을 차며 재촉한다. ‘배고프니 밥 달라’는 뜻이다.

직원들이 마구간 정리를 하는 동안 대원들은 각자 짝을 이룬 경찰마에 올라 흙이 깔린 실내 승마장 내부를 ‘빙빙’ 돈다. 이같은 과정은 1시간 동안 이어진다. 이 과정을 ‘순치’라 부른다 박상만 경장은 “순치는 순찰을 위해 말의 거칠고 질주하려는 습성을 잠재우는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훈련이 끝난 후 대원들은 전용 샤워장에서 미지근한 물로 말을 씻긴 후 ‘솔라리움’이라는 적외선 장비로 말의 털을 말려준다.

1946년 말 90마리에 100명의 직원으로 출범했던 경찰기마대는 1950년 한국전쟁에도 동원됐다. 자동차가 많지 않았던 시절에는 교통단속에도 참여했지만 1970년대 이후 서울경찰청 홍보담당관실에 소속돼 대내외 의전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 경찰기마대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마다 중계근린공원, 천호공원, 서울숲 공원, 석촌호수 등 거리와 공원으로 나와 기마 순찰 홍보 활동을 한다.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특수학교를 방문하여 승마체험을 실시하거나 학교폭력예방교실, 보육원, 어린이집에서 승마교실을 운영한다. “특히 특수학교 학생들의 호응이 좋다”는게 양 기마대장의 귀띔이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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