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프랑스 대선 D-5] “트럼프 덕 좀 볼까 했더니…” 르펜 대신 마크롱 띄우는 트럼피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프랑스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극우 마린 르펜 대선 후보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이 내세웠던 국수주의 공약들을 뒤집고 있는 데다 자국 내 정치에서도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당선됐을 때 르펜은 “불가능했던 것이 가능해졌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르펜의 바람대로 트럼프의 당선이 르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AP통신은 지적했다.

트럼프는 당선 이후 르펜과 같은 노선을 걷지 않고 있다. 그는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지배하는 시리아에 폭격을 가했다. 르펜은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고 있다. 또 르펜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트럼프와 푸틴의 사이는 멀어졌다.


과거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무용론을 내세웠지만 최근 누그러진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르펜은 NATO 탈퇴를 주장하고 있다.

반(反)이민 행정명령은 법원으로부터 제동이 걸리는 등 트럼프의 국내 정치도 제대로 풀리는 것이 없다.

AP는 “트럼프의 포퓰리즘 공약이 이행되기 어렵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트럼프의 공약 뒤집기는 르펜에게 좌절을 안겨주고 있다”고 밝혔다.

르펜은 트럼프의 시리아 공격에 대해 “그동안 수차례 미국이 더는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지 않겠다고 말해왔는데, 트럼프는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는 오히려 르펜의 라이벌 에마뉘엘 마크롱을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 중도 후보인 마크롱은 자신이 ‘트럼프와 푸틴의 국가주의ㆍ보호무역주의에 맞설 방어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크롱은 이날 파리에서 열린 대규모 선거유세에서 “전쟁, 테러리스트들의 위협, 바다 건너편의 불확실성(트럼프) 등 프랑스를 둘러싼 세계는 변하고 있다”며 “우리는 강해지고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트럼프 당선으로 유럽에서는 극우 포퓰리즘이 확산됐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 이후 치러진 지난해 12월 오스트리아 대선에서 극우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가 결국 패했다. 지난 3월 네덜란드 총선에서도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이끄는 극우 정당 자유당(PVV)이 제1당이 되지 못했다. 반면 이탈리아에서는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오는 23일 프랑스 대선 1차투표에서는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반이민 정책을 내세우는 르펜이 결선투표에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르펜은 결선투표에서 이길 확률이 적은 것으로 점쳐진다.

1차 투표를 코앞에 두고 르펜, 마크롱, 장뤼크 멜랑숑, 프랑수아 피용은 초접전 경쟁을 벌이고 있다. 4명의 후보 가운데 2명이 오는 5월 7일 결선투표에 진출한다.

르펜은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세계화로부터 소외된 노동자 계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프랑스에 대한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언급하며 유권자들의 공포심을 부추기기도 한다. 르펜은 브렉시트를 지지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EU 탈퇴(프렉시트)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르펜은 트럼프의 공화당과는 달리 강력한 지지 기반이 없다. 르펜이 이끄는 국민전선은 의회에서 전체 577석 중 겨우 2석을 확보하고 있다. 르펜은 노년층의 지지가 높았던 트럼프와 달리 젊은 유권자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한편 극좌후보 멜랑숑은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자유무역에 반대하고 있으며, 부패 스캔들에 시달리고 있는 피용은 트럼프처럼 언론 등을 공격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칸타퍼블릭의 엠마누엘 리비에레는 “프랑스 정치는 전례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며 “이번 대통령 임기는 이전에 본적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날 미국 토크쇼 ‘라스트 위크 투나잇’ 진행자인 존 올리버는 이번 프랑스 대선이 유럽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라며, ‘또다른 트럼프’를 뽑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올리버는 르펜을 트럼프에 비교하며 “대중들을 불안하게 하고, 반이민 공약을 내세우고, 영향력있는 아버지와 물려받은 유산에도 불구하고 엘리트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르펜은 아버지 장 마리 르펜으로부터 국민전선을 물려받았다.

르펜의 선거 유세장에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고 있는 것도 지난해 트럼프 선거 유세때와 비슷하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파리 제니스 콘서트홀에서 열린 르펜의 선거 유세장에 상반신 누드 여성이 르펜의 연설을 방해했다. 이 여성은 경호원들에 의해 쫓겨났다.

르펜의 연설에 앞서 좌파 시위대 60~80명이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를 발사했다.

이날 연설에서 르펜은 “대통령이 된 후 첫번째로 취할 조치는 프랑스 국경 회복”이라며 “대규모 이민은 프랑스에 기회가 아니라 비극으로 즉각 이민을 일시 정지시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날 마크롱의 선거 유세장에는 르펜의 유세장에 비해 4배가량 많은 2만여명의 지지자가 모였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