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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의 새책] 현직 방송 보도본부장이 쓴 베트남의 ‘대역사 에세이’
-‘무릎 꿇지 않는 베트남-중국 천년전쟁’
-오정환 MBC보도본부장, 특파원경험 살려
-“외세 시달린 베트남, 지혜ㆍ전략 있었다”
-중국 통일왕조와의 투쟁의 역사로 재해석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베트남의 역사는 중국 통일왕조들과의 생존 투쟁이 무엇보다 가장 큰 줄거리입니다. 전한의 팽창 야욕에 식민지로 전락했던 베트남은 무려 천년 만에 불타는 바익당강 위에서 독립을 쟁취했습니다. 그리고 또 천년간 중국와 전쟁을 치러야 했습니다. 그 속에 인간사의 모든 면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대역사가 숨어 있는 것이지요.”(저자)

‘무릎 꿇지 않은’ 베트남의 역사를 스펙터클하게 전개한 책이 나왔다. 제목은 ‘무릎 꿇지 않는 베트남-중국 천년전쟁’(오정환 저ㆍ표지사진)이다. 현직 방송사 보도본부장(MBC)의 동남아시아 특파원 경험을 살려 녹여낸 것으로, 베트남 역사가 현장감 있게 펼쳐진다.


저자는 베트남의 역사의 한 축을 ‘중국과의 천년전쟁’으로 정의했다. 저자는 진흙 속에 묻혀있던 보석을 발굴하는 것처럼 베트남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접근법을 과감히 채용했다. 그래서 책 내용에서의 베트남은 보석처럼 화려하고 흥미진진하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진시황 이후 중국을 통일한 역대 왕조들은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베트남을 침략했다. 이로 인해 1천 년간 식민 지배를 받았던 베트남은 서기 938년 불타는 바익당강 위에서 독립을 쟁취했고, 다시 1천 년간 중국과 간단없는 전쟁을 치러야 했다. 강대한 외적에 맞서기 위해 베트남은 매번 민족의 모든 역량을 결집했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빛나는 지혜와 지도력, 현란한 전략전술, 희생과 배신과 고뇌와 환희는 인간사의 모든 면을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이 책이 공감이 가는 것은 우리 역사도 수많은 외세 침략의 역사로 점철돼 있기에 남의 얘기가 아닌 ‘내 가슴’으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현재 베트남과 우리의 경제력 차이 때문에 베트남에 대한 왜곡의 시선이 있다면, 이는 잘못된 시각이라고 주장한다. 외세 대응에 관한한 베트남은 지혜가 있었고, 전략전술이 있었고, 아픔과 동시에 환희가 있었다고 저자는 거듭 강조한다.

저자의 베트남 역사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날카로운 해석력은 다음 문장으로 요약된다.

“한나라와 몽골 청나라 등 우리와 싸웠던 중국 왕조들의 군대가 남쪽으로 내려가 국경을 넘을 때 베트남은 어떻게 대응했는지 비교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베트남 역사의 장대함과 높은 문명 수준을 깨닫고 혹시라도 현재의 경제 격차 때문에 가졌을 편견을 깨게 된다.”

저자인 오정환 MBC 보도본부장은 베트남의 역사 가운데 전쟁사에 집중했다. 전쟁은 막아야할 비극이지만, 축적된 갈등의 결과이자 종국적인 변화의 시작이기도 하다는 게 이유다. 이를 통해 역사를 살피는 것은 어느 사회의 발전 궤적을 이해하는 지름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거대담론의 역사만이 아닌, ‘사람들’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전쟁의 역사를 숫자와 지명의 나열에서 탈피해 생생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되살리려 노력했다. 승패의 결과를 넘어 그 원인을 하나하나 따졌고, 전장에 섰던 사람들의 신념과 지략 그리고 공포와 용기까지 돌아보았다.

MBC 동남아시아 특파원 출신인 저자는 베트남 역사에 대한 깊은 관심과 함께 본격적인 저술에만 5년 넘게 걸린 방대한 자료수집으로 서술의 정확성을 기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핵심을 벗어나지 않는 간결하고 명확한 문체는 20년 넘게 기자로 활동해 온 경륜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저자는 수만 대군의 생사를 맡은 장군들의 피 말리는 고민을 목도하고 병사들의 함성, 칼 부딪는 소리, 말들의 울부짖음을 들으며 현장에 선 종군기자의 마음으로 사건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기존 역사서와 차별화된 점이다.

저자는 베트남의 역사에서 우리가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외친다.

“폐쇄적인 약소국으로 전락해서는 국가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절박감은 경제정책의 유연성으로도 나타났다. 975년 통일 후 강력한 사회주의 정책을 실시했던 베트남은 경제난과 심지어 아사 사태까지 벌어지자 집단농장을 철폐하고 사유재산 제도와 외국인 투자 유치를 근간으로 하는 도이모이정책을 도입해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후 고도성장을 구가하며 동남아시아의 새로운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하려 노력하고 있다. 지난 1천 년간 어떤 고난에도 무릎 꿇지 않고 승리를 일구어왔던 베트남이 또 어떤 모습으로 기적을 이루어낼지 우리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낸 이유는 또 있다. 우리 모두의 빛난 미래를 위해서다. 저자는 이 말을 그래서 꼭 하고 싶을 것이다.

“우리도 강대국에 의해 무릎 꿇리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반드시 숙고해보아야만 한다. 이를 위해 ‘천년전쟁-무릎 꿇지 않는 베트남-중국’이 좋은 출발점을 제시해주리라 생각한다.”

“베트남 역사를 공부하려면 머리 좀 아플텐데?”

이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냥 저자의 경험을 나레이션 삼아, 흘러가는 베트남 역사의 강물을 유람한다고 생각하면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오정환 지음/432쪽(152*225), 발행일 2017년 4월1일. 출판사는 도서출판 종문화사.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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