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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미ㆍ러 관계 역대 최악”…푸틴ㆍ틸러슨 만남에도 진전없어
-푸틴 “오바마 때보다 안 좋아져”
-러 거부권 행사로 유엔 시리아 규탄 결의안 부결
-북한 비핵화에는 의견 일치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푸틴의 친구’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러시아 방문에도 불구하고 냉각된 미ㆍ러 관계가 녹지 않고 있다. 틸러슨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두시간가량 만났지만 시리아 문제 등을 둘러싼 양국의 깊은 골만 확인했다.

최근 미국의 시리아 공습으로 미ㆍ러 사이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12일(현지시간) 틸러슨이 취임 후 처음 러시아를 방문했다. 틸러슨이 러시아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 성사가 불투명했지만, 틸러슨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 이어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틸러슨은 2013년 푸틴으로부터 우정훈장을 받는 등 푸틴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사진제공=AFP]

하지만 푸틴이 전략적 동맹인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의 관계를 유지할 방침을 분명히 밝히는 등 양측은 각자의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양국 관계에 있어 눈에 띄는 진전이 없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이날 러시아는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부결시켰다. 결의안이 채택되려면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5개 상임이사국에서 거부권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중국은 러시아편을 들지 않고 기권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공동 성명을 통해 “너무 실망스러워 경악했다”며 “러시아는 아사드 살인정권의 생명줄 역할을 계속할지, 세계 강대국으로서 책임을 충실히 고수하며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해 아사드 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할지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푸틴은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 공격을 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미국의 시리아 공습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푸틴은 “미ㆍ러 관계가 오바마 행정부 시절보다 안 좋아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ㆍ러 관계는 역대 최악”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아사드를 ‘짐승(animal)’, ‘악마’라고 지칭하며 “푸틴은 진정한 악마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는 러시아에 매우 좋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틸러슨과 라브로프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역시 양국의 갈등은 고스란히 노출됐다. 틸러슨은 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주장한 반면 라브로프는 시리아인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자리에서 틸러슨은 양국이 북한 비핵화 등에는 합의했지만 합의하지 못한 이슈가 더 많다고 밝혔다. 미ㆍ러는 실무그룹을 만들어 향후 관계 개선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틸러슨은 “양국은 낮은 수준의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며 “세계 최대 핵무기 보유국인 두나라가 이같은 관계를 가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시리아에서 사린가스로 추정되는 화학무기 공격으로 최소 87명이 사망한 이후 미국은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 틸러슨의 러시아 방문 전 백악관은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러시아가 숨기려 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시리아 공격이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 커넥션 조사에 대한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미국 대선 기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트럼프 캠프를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이날 틸러슨은 라브로프와의 기자회견에서 미 핵항모 칼빈슨호의 한반도 이동배치가 북한에 대한 군사작전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라브로프는 “한반도에서 대결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조건을 만드는 방안을 논의했다”며 “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는 공통의 열망이 있다”고 밝혔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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