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애널리스트와 대화서 기밀 누출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제프리 래커 미국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2012년 비밀 누설 의혹에 연루돼 불명예 퇴진한다고 4일(현지시간) 미 언론들이 전했다.

AP통신, WSJ(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2004년부터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을 이끌어 온 제프리 래커 은행장이 불명예스럽게 조기 퇴진했다. 

[사진=연방준비은행 홈페이지]

래커 은행장은 이날 2012년 연방준비제도(연준) 비밀 누설 의혹에 자신이 연루돼 있다면서 “오늘 즉각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2012년 10월 2일 메들리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한 애널리스트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 애널리스트가 차기 연준 회의에서 이야기된 비밀스런 정책 옵션을 파악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화하는 동안 애널리스트가 정책 관련 기밀사항을 알고 있단걸 눈치챘지만 코멘트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다”며 “이 애널리스트에게 비밀을 확인해 주거나 인정하는 인상을 줬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항상 투명성과 비밀유지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려고 노력했지만, 기밀이었던 정보를 확인해주는 선을 넘었던 그 순간을 후회한다”며 공식으로 사과했다.

퍼듀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1989년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으로 옮긴 그는 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한 ‘매파’였다.

2004년부터는 은행장을 맡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을 겪고 대책 마련 등에 깊이 관여했다.

그는 올 10월 퇴임 구상을 올 초에 공개했다. 이에 따라 리치먼드 연준은행은 후임 은행장 인선 작업을 진행해 왔다.

래커 은행장이 갑작스럽게 물러남에 따라 리치먼드 연준은행은 마크 멀리닉스 부행장의 대행 체제로 움직인다.

미 언론들은 래커의 이번 퇴임은 연준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라고 전했다. 스티븐 프리드먼 전 뉴욕 연준은행 총재가 2009년 월스트리트저널에 자신의 골드만삭스 주식거래에 대해 언급한 이후 사임했었다. 하지만 연준 고위 관료가 비밀정보의 잠재적 공개와 관련된 문제로 사임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한편, 미국 12개 도시에 있는 연방준비은행들은 각 담당구역 은행의 관리와 감독을 담당한다. 총재의 임기는 5년으로, 연준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선출된다. 연준은행 총재 중 5명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을 갖는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bonjo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