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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확실성 싫어”…글로벌머니 미국 떠나 신흥국·유럽行
혼란상황 경제까지 급속 확대
EM지수 연초보다 11.4% 상승
1분기 신흥국 국채발행 48% ↑
유럽 주식펀드에도 자금 유입

글로벌 자금이 미국을 떠나 신흥국과 유럽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강한 미국’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고 기준금리를 높여 글로벌 자금 회수에 나섰지만 돈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불확실성이 경제분야로까지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이 전망 밝은 신흥국 시장으로 고개를 돌렸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유럽시장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극우파 집권 가능성 등으로 혼란스러웠지만 트럼프에 더 혼란을 느낀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면서 호황을 보이고 있다.

3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신흥국 주가지수를 반영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머징마켓(EM)지수는 연초 대비 11.14% 오른 958.37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12년 1분기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선진국 증시 흐름을 보여주는 MSCI 월드인덱스가 같은 기간 6.6% 오른 것과 비교하면 신흥시장의 상승폭이 두드러진다. 글로벌 투자분석기관인 EPFR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글로벌 투자펀드가 보유한 신흥시장 채권액은 3500억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채권시장도 뜨겁다. 시장분석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흥국의 국채발행 규모가 69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같은 기간 신흥국의 회사채 발행 규모도 105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5%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은 글로벌 경제 회복에 따라 수출비중이 높은 신흥국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5개월 연속 플러스(+) 수출 성장을 기록하자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 경기가 살아나고 소비주체들에게까지 온기가 퍼지고 있는 한국이 대표적인 예다. 영국 경제연구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지난 1월 신흥국 전체 평균 경제성장률이 4.4%로 지난해 12월(4.1%)보다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FT는 “신흥국이 최근 수개월간 성장의 모멘텀을 맞고 있다”며 “투자자들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보다는 신흥국 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트럼프 불확실성에 따른 달러약세 기조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경고하면서 달러화가 강해지자 신흥국 증시가 주춤거렸지만 올 들어서는 미국 금리 인상에도 달러화가 약해지면서 신흥국 증시가 힘을 내는 모습이다. 연초 103선을 웃돌던 달러인덱스는 현재 100선을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다.

유럽시장도 달아오르긴 마찬가지다. 글로벌 투자분석기관인 EPFR에 따르면 지난주 유럽 주식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13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조사에서도 지난주 미국 주식펀드에서는 8억달러가 유출됐지만 유럽 주식펀드에는 19억달러가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60주만에 최대 유입규모다. 덕분에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주식 모두 수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럼프케어’ 불발로 1조달러 규모의 재정정책 기대감이 사그라들고 있는데 따른 반사이익으로 보고 있다.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가참패하고 메르켈 독일 총리의 4연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불안했던 유럽의 정치상황이 안정을 되찾고 있는 영향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WSJ은 “트럼프가 그의 정책을 밀어 부칠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트럼프 트레이드(Trump Trade)는 증시 상승, 달러 상승, 채권 수익률 상승을 압축해 보여주는 시장의 약칭이었는데 이런 약발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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