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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인양]“작은 소지품이라도 찾았으면…” 미수습자 가족의 마지막 소망
-유류품 발견 소식에 기대 절망 오가는 이들

[헤럴드경제(목포)=이현정ㆍ박로명 기자] ‘유가족’이 아닌 ‘미수습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3년을 견뎠다. 하루 빨리 ’유가족‘이 되고 싶다는 세월호 미수습자 9명의 가족들. 진도에서 목포로 몸만 옮겼을 뿐 가족을 기다리는 이들의 마음은 여전하다. 아니 더 애타기만 하다. 3년이라는 시간을 겨우 버텼지만 상처 가득한 세월호를 마주한 이들의 하루하루는 그 어느 때보다 더딜 뿐이다.

세월호가 목포 신항으로 옮겨진 후 미수습자 가족들은 세월호 가까이서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목포 신항의 보안규정상 외부인은 목포 신항 펜스 내로 들어올 수 없다. 미수습자 가족들만 현재 예외적으로 출입이 허용된 상태다. 세월호 유가족들도 하루에 두시간씩만 세월호 작업 현장을 참관할 뿐이다. 

3일 세월호가 정박해 있는 목포 신항만 울타리에 추모객들이 붙인 리본과 국화가 붙어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미수습자 가족들이 간간히 펜스 밖으로 나오면 취재진이 그들을 둘러싼다. 가족들 얼굴에는 여러 표정이 교차한다. 그들 얼굴에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슬픔이 드리워져있다. 기다림에 지친 기색도 역력하다. 말 한마디 건네기도 죄스럽다.

세월호의 펄 제거 작업 도중 뼛조각 여러 점과 휴대전화, 필기구 등 유류품 수십점이 발견됐다. 뼛조각이 유해로 추정된다는 소식에 미수습자 가족들은 현장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러나 뼛조각이 모두 동물뼈로 확인되자 가족들은 다시 깊은 절망감에 빠졌다. 기대감과 실망감 오가기를 반복하자 가족들은 동물 뼛조각이 나오더라도 발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유류품의 소유주도 아직 알 수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의 바람도 점점 작아진다.

익명을 요청한 한 미수습자 가족은 “온전한 상태로 (시신을) 찾기를 바라지만 정 안되면 (가족의) 가방과 자동차 열쇠라도 찾고 싶다”고 했다. 그는 “(미수습자가) 큰 짐 없이 배에 탑승한 탓에 건질 수 있는 유류품 조차 없다”며 “소지품 작은 것 하나라도 찾았으면 좋겠다”는 작은 희망을 내비쳤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세월호 작업 현장에 임시 설치된 컨테이너 두 동에서 생활하고 있다. 모랫바람 날리는 현장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근처에 마땅히 갈만한 식당이 없어 끼니를 해결하려면 차를 타고 목포 시내로 나가야 한다. 임시 샤워실에는 온수조차 나오지 않는다.

한 미수습자 가족은 “찬 물만 나오는 탓에 며칠째 샤워를 못하고 있다”며 “일교차도 심해 날이 추운 마당에 찬 물에다 빨래를 한다”고 했다. 나흘전 미수습자 가족들이 목포시 측에 온수가 나올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목포시 측은 아무 조치도 취해주지 않았다.

목포 신항에 어둠이 짙게 깔리면 이들의 마음은 더욱 무겁다. 한 미수습자 가족은 “컨테이너 숙소 문을 열면 바로 앞에 세월호가 보인다”며 “잠 들고 싶어도 세월호만 보면 잠이 오지 않는다”며 괴로움을 토로했다.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청명인 4일. 1000일 넘도록 이들의 마음은 맹골수도처럼 춥고 흐리다. 미수습자 가족들의 하늘은 언제쯤이면 맑아질 수 있을까.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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