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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어(囹圄)의 몸’ 풀이, 감옥 닮은 한자, 갇힌 박근혜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박근혜(52ㆍ전직 대통령)씨가 31일 새벽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특가법상 뇌물 등 13개 혐의가 있다는 검찰의 구속영장을 법원이 인정하고, 가두지 않으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만우절인 1일 본인이 느끼기에 거짓말 같은 수감생활 이틀째를 맞고 있다.

대통령에 취임한 지 4년1개월여만에, 정치를 시작한 지는 19년 만에, 차가운 감옥 속에 갇힌 ‘영어(囹圄)의 몸’이 된 피의자이다.




영어(囹圄)는 죄수(罪囚)를 가두어 두는 곳을 뜻한다. 사전에는 ‘감옥(監獄)을 매우 제한된 문맥에서 완곡하게 쓰는 말’이라는 부연설명이 달려있다.

이 한자는 마치 뭔가를 가둬놓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모양으로 글자를 만드는 상형문자 아닌가 넘겨짚어 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쓰는 이 한자는 ‘큰입구몸’(囗) 속에 ‘명령 령’(令)과 ‘나 오(吾)’자를 가둬 놓은 모양새로 만들어져 있다.

큰입구몸은 테두리 칸막이를 뜻한다. 나라 국(國), 둥글 원(圓, 동산 원(園) 등 일정한 테두리가 있는 사물에 쓰인다. 令과 吾는 이 단어의 소리를 담당하고 있는데, 사실 의미까지 일부 포함돼 있는 듯 하다.

囹은 ‘명령에 따라 가둔다’. 圄는 ‘사람을 가둔다’고 풀이할 수 있다.

한자 글자를 만드는 여섯가지 방법, 상형(象形), 지사(指事), 회의(會意), 형성(形聲), 전주(轉注), 가차(假借) 중에서,

囹圄는 뜻과 소리를 합한 글자 ‘형성’에 해당할 수 있겠다. 이미 만들어진 글자를 합해서 만든 글자인 ‘지사’에도 해당한다고 해서 틀린 답은 아니다.

囹圄를 사용한 고전 명구 중에는 ‘倉廩實而囹圄空’(창름실이영어공)이라는 말이 있다. 백성의 생계가 풍족하게 되면 감옥이 텅 비게 된다는 뜻이다.

또 草滿囹圄(초만영어)라는 중국 속담도 있다. 정치가 맑고 깨끗해 범죄자가 적다보니 감옥에 풀만 자란다는 뜻이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와 그 공범들이 비리 혐의로 감옥에 갔으니, 우리 감옥엔 당분간 풀이 덜 날지도 모르겠다. 적폐가 해소되고 백성의 생계가 풍족해져 감옥이 텅 비게 될 날을 꿈꿔본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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