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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이참에 확 바꿔야 할 문화예술진흥정책
곳간을 채울 생각은 하지 않고 너나할 것 없이 곶감 빼 먹듯 빼먹더니 이제 곧 문화예술진흥기금(이하 문진금)이 곧 바닥날 것이라 한다. 1972년 문화예술진흥법이 제정되고 1973년부터 시행된 문진금은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가 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국가 주도의 문화예술진흥의 근간이 되어왔다. 하지만 항상 시끄러웠던 것도 문진금이다. 불공정성한 지원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정권 또는 관료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과 단체에 집중된다는 지적과 일전 블랙리스트 같은 사건으로 결국 치명적인 악의 기원이 되었다. 여기에 예술가들의 자생력을 해친다는 지적도 있었다.

문진금은 국가의 출연금과 개인 또는 법인의 기부금품, 기금운용수익금과 각종 문화시설의 관람료의 6%, 한국광고공사의 광고수수료의 일부로 기금을 조성해왔다. 하지만 2003년 관람료의 일부를 문진금으로 징수하던 것이 ‘위헌’판결을 받아 모금이 중단되면서 매년 400억 원의 수입이 사라졌다. 하지만 일의 위중함에도 불구하고 2005년 문화예술위원회로 전환하고 지원을 확대하면서 돈이 모자라 기본적립금 즉 종자돈까지 헐어 써 기금은 확 줄어들었다. 결국 2004년 5273억의 기금은 10년 후 1547억 원이 그리고 2018년 내년에는 결국 깡통이 될 것이다.

어느 정권이건 예술가들의 정치적 참여가 확대되면서 ‘누구나 원하면 준다.’는 식으로 기금을 운영해 왔다. 그러니 고갈은 사필귀정이다.

하지만 이 상황을 역발상으로 기회로 만들어보자. 우리문화정책은 여태껏 관과 관료가 정책공급에서 실천까지 전담했고 정책의 실천을 위해 세금과 문진금을 수단으로 써왔다. 이제라도 관주도의 개발도상국가형 문화예술진흥정책은 버려야한다. 이제 정책은 정부가, 실천은 민간이 맡고, 재단을 만들어 기금을 조성하고 운용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출연하는 문화재단도 지역주민들이나 기업들이 기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운영도 돈을 낸 사람들에게 맡겨야한다. 정부는 세제혜택을 확대하고 기부금의 한도를 높여주어 민간스스로가 기금을 조성하도록 해야 한다. 문예진흥의 역할도 분담해 정부는 소수예술, 실험 예술 등 취약분야를, 민간은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 즉 문화 복지를 향유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분담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2015년 문진금에 지원한 국고 연간 3000억을 매년 배정하고 여기에 경륜, 경정 등의 유입금과, 문화예술분야에서 거두어 들이는 문예창작소득과 미술품 양도소득세 등등의 재정을 투입, 재원을 확보하면 문진금을 유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기본자산 774억중 남은 751억원을 기본자산으로 전경련 산하의 문화재단을 만들면 어떨까.

만약 이런 역발상의 개혁안이 실현된다면 국가와 민간이 각각 목적과 필요, 문화에 대한 생각에 따라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선진 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다. 소 잃었다고 한탄만 말고 새롭고 튼튼한 외양간을 지어 다시는 외양간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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