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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73일만에 세월호 인양]“이렇게 금방할 것을 3년이나”…기쁨ㆍ탄식 교차한 안산분향소
-유가족들 한자리…추모객도 발길
-세월호광장엔 출ㆍ퇴근 시민들
-시일 미룬 정부에 비판도 쏟아져


[헤럴드경제=신동윤ㆍ김보경ㆍ박주영ㆍ정민경 기자]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 시험인양이 성공적으로 실시됐고, 곧장 본인양 작업을 착수했단 소식이 전해진 지난 22일 늦은 밤 경기도 안산 단원구 세월호정부합동분향소. 세월호 인양 소식을 전해들은 시민들은 비록 드물지만 이곳 합동분향소를 찾아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이 곳을 방문한 추모객들은 사고 2년 11개월여만에 세월호가 완전 인양되는 것에 대해 기뻐하면서도, 한 목소리로 차일피일 미뤄왔던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세월호 인양 소식을 들은 경기도 안산 시민들이 23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위치한 세월호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정민경 기자/mkjung@heraldcorp.com

이날 오후 10시 30분이 넘은 늦은 시각 지난 세월호 참사 당시 돌아가신 중학교 시절 은사와 동네 친구들을 보고 싶어 합동분향소를 찾았다는 전모(19) 군은 “군입대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세월호가 완전 인양된다는 소식을 들으니 이곳에 와 친구들과 선생님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며 “이제서야 세월호 인양이 진행되는 현실이 그저 답답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완전 인양 소식을 듣고 먼 곳에서 이곳을 찾아온 추모객도 있었다. 오후 11시 20분께 세월호 완전 인양 소식을 듣자마자 경기도 용인에서 왔다는 장모(36) 씨는 “너무나도 짧은 시간에 영원히 물 밖으로 올라오지 못할 것만 같았던 세월호가 조금씩 위를 향해 움직이는 것을 봤다”며 “지난 2년 11개월이 지나도록 정부가 인양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일반 시민 이외에도 관할지역 경찰관 두 명이 근무복 차림으로 잠시 합동분향소를 찾아 참배를 하고 떠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세월호 본체가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23일 오전이 되자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된 김영은 단원고 명예학생의 어머니의 방문을 시작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8명의 동료 직원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했다는 이재홍(44) 안산 단원노인복지관 부장은 “직원 가운데 유가족들이 있는만큼 매주 목요일 출근 전 다 같이 이곳에서 추모하고 있다”며 “인양에 성공한 이후가 더 중요하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체조사위원회가 빨리 만들어져 진실을 밝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종로 광화문광장에 위치한 세월호광장에는 세월호 인양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출ㆍ퇴근길에 잠시 시간을 내 참배를 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위치한 세월호광장에는 세월호 인양 소식을 접한 많은 시민들이 바쁜 출근길에도 잠시 시간을 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박주영 기자/jupark@heraldcorp.com

지난 22일 오후 8시 30분께 퇴근길 회식자리 후 세월호광장을 찾은 직장인 이정태(47ㆍ경기 성남) 씨는 “중학생인 딸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적게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반성하고 있던 찰나, 세월호 인양 소식을 듣고 집에 가기 전 분향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찾아왔다”며 “이제 나 자신을 비롯한 기성세대들은 은폐와 우격다짐은 그만하고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끄러워하고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생중계를 통해 인양 장면을 보다 울컥해 세월호 광장을 찾았다는 대학원생 박지혜(35ㆍ서울 성북구) 씨는 “지난 많은 날은 그냥 지나치고 22일이 우연히 인양하기 좋은 날이란 정부의 태도를 보며 울컥했다”며 “대통령 탄핵 이후 일사천리로 인양이 진행되는 것에 의문이 들지만, 뒤늦게나마 시작된 인양 작업인 만큼 반드시 성공해 아이들의 넋을 기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23일 오전 출근길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인 만큼 더 많은 시민들이 잠시나마 발길을 돌려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출근길에 잠시 들렀다는 회사원 박현승(40) 씨는 “그동안 바다속에서 1073일간 가라앉아 있던 세월호가 드디어 물 밖으로 올라왔다는 소식 자체가 기쁜 일이다”라며 “미수습자 9분도 꼭 이번에 돌아오실 수 있었으면이란 마음으로 이곳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출근 도중 세월호광장을 방문하기 위해 먼 길을 돌아왔다는 남수현(47ㆍ여) 씨는 “인양된 세월호의 모습을 보니 그날의 분노와 두려움 등 잊혀졌던 감정들이 다시 솟구쳐 오른다”며 “시민들의 이런 감정을 우려한 정부가 그동안 인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일피일 미뤄왔던 것이 아닌지 원망스럽다”고 했다.

일출을 찍으러 광화문광장에 왔다는 캐나다인 관광객 더햄 씨는 “이처럼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사고가 났었다는 사실도 놀랍고, 3년 가까이 배를 인양하지 않고 있었다는 한국 정부의 처사도 놀랍다”며 “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해 모든 시민들이 다 함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모습이 참 인상깊다”고 말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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