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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울한 대통령, 잠도 못이룬다”… 사저 앞서 밤새운 ‘친박 호위대’
“기자 쫓아내라” 곳곳 고성오가
인근 주민들 “불안해 못살겠다”


“밤새 여기 있을 계획입니다. 나도 몸이 불편하지만, 박 대통령님을 꼭 지켜주고 싶어서, 혹시나 촛불이 위해를 가할까봐 나왔습니다. 지금 박 대통령님도 억울하시니 아직 잠도 못 주무시고 불이 켜져 있지 않습니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저로 들어간 지난 12일 저녁에도 태극기를 들고 모인 집회 참가자 150여명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들은 이날 오전부터 박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자리를 지키며 “박 대통령을 밤새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혹시나 박 전 대통령이 자신들을 바라봐줄까 창문을 향해 태극기도 계속 흔들었지만, 커튼이 쳐져 있는 창문은 밤새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지키기’에 나선 탄핵반대 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취재를 위해 인근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려는 취재진을 막아서며 뒤엉켜 있다.[사진=연합뉴스]

오후 11시가 넘자 참가자들 절반이 집으로 돌아가며 현장에는 70여명만 남았다. 그러나 집회 열기는 더 거세져 일부는 취재진을 향해 욕설하며 취재를 방해하기도 했다. 한 70대 집회 참가자는 “(기자를) 다 쫓아내야 한다”며 무리를 지어 취재진들에게 소속과 이름을 요구했다. 참가자들의 언성이 높아지자 경찰이 제지에 나섰지만, 참가자들은 “거짓 언론을 왜 경찰이 보호하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인근 주민들과의 마찰도 밤새 계속됐다. 13일 오전 1시께 집회 참가자들은 사저 앞 빌딩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옥상에 설치된 방송 카메라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사생활이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이 옥상에 올라가 직접 확인했지만, 카메라는 천으로 덮인 채 꺼져 있었다. 경찰은 “사생활 침해 증거가 없어 개인 장비를 철수시킬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이에 항의하는 집회 참가자들로 거리는 밤새 소란스러웠다. 일부 참가자들은 새벽까지 112에 해당 카메라를 수차례 신고했다.

하루 아침에 동네가 시끄러워지자 인근 주민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주민 강승한(28) 씨 “범죄자가 온 듯한 동네 풍경에 마음이 불편하다”며 “박 전 대통령 복귀 전후로 동네가 이미 소란스러워졌는데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시위대가 앞으로 계속 찾아올까봐 불안하다”고 했다.

이날 오전 6시까지 움직이지 않고 사저 앞을 지킨 이모(80ㆍ여) 씨는 “부모도 없는 사람에게 힘이 되어줘야 할 것 아닌가”라며 “우리라도 여기서 대통령을 지켜야 괜찮은 나라 아닌가. 죄 없이 끌려가는 사람 위해 힘써주는 사람이 있는 게 좋은 나라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씨는 “어제 오후 12시부터 자리를 지켰다”며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많아졌을 때까지 견딜 것”이라고 했다.

이현정·유오상·최준선 기자/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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