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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 운명을 바꿀 가늠자’…자유당 집권땐 유럽 격랑속으로
反이민·反난민·反이슬람 내세우는
헤이르트 빌더르스 지지율 돌풍속
佛·獨 대선도 포퓰리즘 확산 우려


오는 15일(현지시간) 실시되는 네덜란드 총선을 앞두고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네덜란드 총선은 ‘하나의 유럽’을 지향해 온 유럽연합(EU)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선거인 동시에, 다가오는 프랑스 대선(4~5월), 독일 총선(9월)의 향방을 예상할 수 있는 가늠자이기 때문이다.

하원 의원 150명을 뽑는 이번 네덜란드 총선의 관전 포인트는 자국 우선주의, 배타주의, 기독교 중심주의에 기반해 ‘반(反) EU, 반(反) 난민, 반(反) 이슬람’을 내세우는 극우 포퓰리즘이 승리할 지 여부다.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에 이어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 집권할 경우, 유럽과 세계에 ‘반(反) 기득권’ 기류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번 총선에서 극우 포퓰리즘을 대표하는 인물은 ‘네덜란드의 트럼프’로 불리는 헤이르트 빌더르스다.

극우 정당 자유당(PVV)을 이끄는 빌더르스 대표는 프랑스의 국민전선(FN),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 등 유럽의 다른 극우 정당과 마찬가지로 ‘반 EU, 반 난민, 반 이슬람’ 공약을 내걸고 있다.

PVV는 총선에서 승리하면 브렉시트처럼 ‘넥시트(네덜란드의 EU 탈퇴)’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빌더르스 대표는 “EU 탈퇴로 네덜란드의 독립을 되찾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자들, 다른 세계를 지원하는 대신 평범한 네덜란드 시민들을 위해 돈을 쓰겠다”면서 이슬람 사원(모스크) 철거, 이슬람 경전(코란) 금지, 이슬람 국가 출신의 이민 차단 등으로 네덜란드를 ‘탈 이슬람화’ 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빌더르스 대표의 이같은 주장은 ‘네덜란드의 정체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회의론자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네덜란드는 무역 개방 국가로 자유주의와 다문화주의를 표방해왔지만, 지난 2015년부터 난민 대량 유입에 대한 반감과 EU 회의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PVV는 현재 하원 의석 150석 가운데 12석을 차지하고 있는 소수 정당이지만 브렉시트 결정,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인기가 급상승했다.

PVV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1위를 달리며 총선 제1당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에는 지지율이 다소 주춤하지만, 여전히 변수가 많아 선거 결과는 예단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네덜란드 내 여론조사 전문기관(I&O 리서치, 입소스, TNS NIPO, LISS 패널 등)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종합 분석해 발표하는 폴링 인디케이터(polling indicatorㆍPeilingwijzer)가 8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PVV의 지지율은 14.6%로 마르크 뤼테 총리가 이끄는 현 집권당인 자유민주당(VVD)보다 1.8% 낮았다.

총 150석의 네덜란드 하원 의석 중 PVV의 의석은 21~25석, VVD의 의석은 23~27석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PVV가 총선에서 선전할 경우 이어지는 프랑스 대선과 독일 총선에서도 극우 정당 또는 후보가 힘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프랑스 대선에서는 극우 성향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며 결선 투표 진출과 집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독일 총선에서는 독일을 위한 대안당과 프라우케 페트리 대표가 약진하고 있다.

PVV는 EU 탈퇴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이번 총선에서 빌더르스 대표가 집권할 경우 영국에 이어 네덜란드도 불안정한 형국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 협상을 앞둔 EU는 네덜란드까지 탈퇴에 가세할 경우 존립에 더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PVV가 집권하면 극우 포퓰리즘이 EU 내 다른 국가들로 확산되고, 유럽의 분열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유럽에 반 이슬람 기류가 확산되면서 유럽과 이슬람권 간의 대립이 심화되고, 유럽 최대의 시한폭탄으로 거론되는 난민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네덜란드 유권자들의 분노가 포퓰리즘의 인기를 부채질하고 있다”면서 “많은 네덜란드인들은 이번 총선에 대해 ‘여지껏 본 적 없는, 가장 알 수 없는 선거’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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