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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란시장 ‘산 개’와의 전쟁
市 “도축된 고기만 팔아라”
살아있는 개 갇힌 철장 철거
수익 악영향 상인들 찬반 갈려


“ ‘산 개’가 뭔지 알아요? 그거 안 하면 우리 다 망해요”

개 도축시설 자진 철거가 진행 중인 27일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 전국 최대의 개고기 유통시장도축을 앞둔 개를 가둬 놓는 철창이 인부들 손에 들려나가는 와중에 34년 간 건강원을 운영했다는 김순조(70)씨가 말했다. “ ‘산 개’는 개 아닌가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김씨는 “저 철장이 ‘산 개’”라고 알듯말듯한 이야기를 했다. 실제로는 ‘산 개’란 건강원이나 보신탕집 앞 철장에 갇힌 개들 중 손님이 원하는 개를 점찍으면 그 개를 잡아다가 농축액이나 보신탕을 만들어주는 일련의 시스템을 말한다. ‘산 개’는 이곳 모란시장 식육견 시장을 떠받쳐 온 독특한 유통구조다. 그러나 개들이 갇힌 철창 내 환경이 열악해 악취가 나는데다 그 운영 과정이 잔인하다는 동물보호단체의 비판으로 이번 철거 작업의 주된 대상이 됐다.

전체 22명의 가축 상인 중 철거에 찬성하는 상인들은 모란시장도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용복(58) 모란시장가축시장상인회 회장은 “25년 동안 운영한 건강원을 그만두려니 무척 아쉽지만 모란시장이 발전하는 성남의 중심지가 되려면 이제는 바뀔 때가 됐다”며 “주변에 새로운 상가도 들어서고 아파트도 들어오는 만큼 우리 시장의 변화가 전체 시장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조개구이나 오리구이 집으로 업종을 전환할 계획이다.

김재욱(57)씨는 “오후 6시만 넘어도 시장에 손님이 아무도 없고 70~80대 노인들이 심심해서 구경왔다가 밥 한 그릇 먹고 간다”면서 “1층에 건강원 있는 건물은 윗층에 100평되는 공간도 월세를 40만원 밖에 못 받는다”며 업종 전환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주변 상권 개발에 개 도축시설이 걸림돌이 된다는 얘기다.

이번 철거를 반대하는 7명의 상인은 ‘산 개’를 하지 않으면 장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씨는 “시에서는 ‘산 개’ 빼고 개고기만 팔라고 하지만 죽은 거 팔거면 손님 누가 오겠나”고 되물었다. 그는 “요즘은 내국인 보다 중국에서 온 손님이 70% 정도로 더 많고 서울 근교, 경기도 광주나 인천 등에서 조선족도 많이 온다”면서 “이들은 직접 개 고르고 피 빼는 거 보고 싶어한다” ‘산 개’가 전체 매출을 좌지우지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건강원 앞 시설을 철거 했다는 김택수(54) 씨조차 “25년 장사했는데 어떻게 섭섭하지 않겠나. 내리기 힘든 결정이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건강원 이름은 흑염소지만 실제론 개가 매출의 80%고 직접 개를 고르고 판매하는 것과 아닌 것은 매출이 절반 이상 차이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인들 사이에 찬반 입장이 나뉘어서 긴장감마저 돈다”고 했다.

반대 측 상인들은 대부분 건물주거나 가게 규모가 큰 상인들이 개발 이익을 누리기 위해 철거를 강행한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상인 A(53)씨는 “건물 주들은 1층 건강원이 사라지면 세 올려 받을 수 있으니 좋아할 것”이라며 “상인회 총무는 이미 일반 식당으로 업종 전환을 했고 부회장들도 건물주라서 업종전환을 이미 하고 리모델링도 준비하지만 테이블 몇개 놓지도 못하는 우리 가게는 다른 식당으로 전환도 어렵다”고 했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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