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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정폭력 피해자 내가족처럼… 남몰래 흘린눈물 닦아준 경찰
피해자전담경찰관制 출범 두돌
법률 서비스·수술비용 등 지원


“범죄 피해자가 두번 눈물짓게 하지 않겠다.”

누구에게, 어떤 피해를 입었든지 범죄에 희생된 피해자의 삶은 그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변한다. 물론 그 변화는 대부분 부정적이지만 그 상처를 보듬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한다. 출범 2년을 맞은 피해자전담경찰관들을 움직인 것 역시 그런 변화의 힘에 대한 믿음이다.

A(28)씨는 지난 해 6월 전신에 3도화상을 입었다. 자고 있던 그에게 끓는 식용유를 들이부은 사람은, 믿기 힘들지만 그의 아버지였다. 가정을 이룬 직후부터 A씨와 어머니를 수시로 폭행해 온 아버지였다. 그날 역시 어머니를 때리던 아버지를 A씨가 참다 못해 막아섰다. 알코올 의존증이었던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을 거역했다는 사실에 분노해 극단적인 행동을 했던 것이다.

수원 중부경찰서의 피해자전담경찰관 이희림 경사는 사건 직후부터 A씨와 어머니를 만나며 엉망이 된 삶을 돌려놓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A씨가 화상 전문 치료를 받기 위해 서울 시내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음에도 3개월 간 거의 매일 찾았다. 한국피해자지원협회(KOVA)의 도움을 받아 두 사람의 정신적 충격 등 ‘범죄 피해’의 정도를 확인하고 심리치료를 하는데 집중했다. 무엇보다 아버지에게 그런 험한 일을 당했다는 것이 충격이었기 때문. 한국전력공사 등 후원단체의 후원금과 희망나눔기금을 활용해 A씨의 피부이식 수술 비용 등 치료비를 지원했다. 그 결과 A씨는 퇴원해 통원치료를 하며 사회생활도 이어가고 있다.

비록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했다지만 알코올 의존증에 의한 폭력을 저지른 아버지로부터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이혼 소송을 진행했다. 이혼 소송의 어려움과 그 이후의 삶을 걱정하는 어머니에게 법률구조공단의 법률 지원 서비스를 소개하고 3차례 법정에 동행해 이혼 확정판결을 이끌어 낸 것 역시 이 경사였다. 그러나 이 경사는 “어머니가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정에 선 아버지는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며 선처를 바랐지만 결국 징역 7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어머니가 참고 지내며 신고를 하지 않은 탓에 상습적인 폭행이 입증되지 않아 자칫 집행유예나 낮은 형량에 그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KOVA의 범죄 피해 평가가 객관적으로 폭행 피해를 입증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

현재 A씨와 어머니는 경찰이 확보한 임대주택으로 옮겨 살고 있다. 아버지의 폭력을 떠올리게 하는 집에서 살 경우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경찰의 배려였다. 두 사람은 이 경사에게 “30년 가까이 이어진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 줘 고맙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피해자 전담 경찰관은 지난 2015년 2월 12일 발대식을 갖고 출범한 이래 현재까지 306명이 배치됐다. 현재까지 1만7893건의 범죄 피해자 상담이 이뤄졌고 피해자들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경제적 지원도 79억 원 규모로 이뤄졌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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