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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려하면 다친다”…모두 쉬쉬한‘선글라스 그 여자’최순실
측근들 “막후서 실권 쥐락펴락”

“제 뒤에 도와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최 회장입니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으로 나라가 어지럽던 2014년 11월, 차은택 씨는 자신의 대학원 은사였던 김종덕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장관이 “최 회장이 누구냐”고 묻자 차 감독은 “모르시는 게 좋다”며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이들은 한결같이 최순실 씨를 ‘알려고 해선 안 되는 사람’, ‘알 수도 없는 사람’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7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나와 최 씨의 정체가 재단 내에서 상당 기간 비밀에 부쳐졌다고 했다.

정 전 사무총장은 2015년 12월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한 사무실에서 ‘선글라스를 낀 여자’와 3분간 미팅을 가졌다. 사실상 면접이었다. 그 여자는 은행에서 근무한 정 전 사무총장의 경력을 보고 “재단 재무나 감사를 맡아도 되겠다”고 했다. 며칠 뒤 정 전 사무총장은 K스포츠재단 감사를 맡게 됐다. 그러나 아무도 그에게 그 ‘선글라스를 낀 여자’가 누군지 알려주지 않았다.

정 전 사무총장은 “같이 일하는 사이인데 신분도 모르고 일하는 게 불편했다”며 “김필승 재단 이사에게 물어보니 이름은 알려주지 않고 승마 자세를 취해 보였다. 그게 힌트였다”고 했다. 정 전 사무총장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 여자가 정윤회 씨의 전 부인이라고 추측했고, 지난해 5월에야 비로소 최순실 씨란 사실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최 씨의 존재를 몰랐던 정동구 K스포츠재단 초대 이사장은 재단의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배후가 누군지 궁금해하다 결국 최 씨 눈 밖에 난 것으로 확인됐다.

정 전 사무총장의 증언에 따르면 정동구 전 이사장은 자신의 사업계획이 번번이 벽에 부딪히자 대체 누가 반대하는 것이냐며 의문을 품었다. 얼마 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고문으로 ‘후퇴’해줄 것을 요구받은 그는 결국 재단을 나왔다.

미르재단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차은택 씨는 헌재에 나와 “김형수 미르재단 초대 이사장이 내게 ‘이사회 의결없이 사업이 진행된다. 이상하다’며 역정을 냈다”고 증언했다.

최 씨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면서도 실권을 쥐고 재단을 움직였다. 차 씨는 “힘의 구조 때문에 재단 내에서 사업을 제안하는 건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고 했다. 정 전 사무총장도 “직원 선발부터 연봉, 부서배치까지 모두 최 씨의 재가가 있어야 가능했다”며 “이사회는 껍데기였다”고 자조 섞인 답을 내놨다.

앞서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은 줄곧 최 씨를 가리켜 “우리에겐 없는 사람이었다. 뒤에서 아무도 모르게 도와주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헌재는 오는 22일 최 씨를 다시 불러 증인신문을 할 예정이다.

김현일 기자/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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