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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분노유발자’를 참아내야 하는 이유
“야, 그렇게 돈이 좋냐. 나라 망치게한 X을 비호하는게 그렇게 좋으냐”

정숙한 법정 한 가운데서 고성이 터져나왔다. 중년 여성이 피고인석에 앉은 최순실(61) 씨와 변호인을 가리키며 핏대를 올렸다. 일부 방청객들은 박수를 쳤다.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 씨 재판에서 변호인이 증인 고영태(41) 씨를 신문하던 도중의 일이다.

재판장이 주의를 줬지만 여성은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재판장 명령에 따라 법정 밖으로 끌려 나가면서도 “천벌을 받을 X”라며 최 씨를 노려봤다.

이 여성의 한 마디는 ‘국정농단 사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감정을 대변할 것이다. 시민은 사인(私人)인 최 씨가 국가 예산과 인사를 좌우했다는 사실에 공분한다. 강압수사를 운운하며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최 씨의 태도에 억장이 무너진다.

최 씨는 전날 증인으로 출석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이성한 씨에게 “녹음을 안하기로 약속해놓고 왜 계획적으로”라면서 따지듯이 언성을 높였다. 여전히 이 씨의 상사인 양 고압적인 태도였다. 고 씨에게는 “신용 불량 걸려있어 통장 거래 안됐지 않냐” “개명하려고 했는데 마약 전과가 나와서 못했잖아”라는 등 인신공격에 나섰다. 기껏 증인에 대한 질문권을 줬더니 두서없는 인신공격성 발언만 계속한 것이다. 시민의 분노는 이내 최 씨와 변호인단을 향하고 있다. 들끓는 분노와 수개월에 이르는 재판 절차 사이에 시차가 있는 탓이다.

그러나 이는 최 씨의 최종 형량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최 씨가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하고 싶은 주장을 충분히 해야만 법원 재판과 최종 선고형량에 정당성이 생긴다. 단지 최 씨를 위해서만은 아니다. 절차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건 모든 시민, 특히 사회적 약자가 자신이 지은 죄보다 더 처벌받는 일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우리 사회의 안전장치다.

무분별한 비난 공세는 되레 최 씨의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덴마크에 구금된 최 씨 딸 정유라(21) 씨는 ‘자신은 한국에서 정치적 희생자’라며 ‘돌아갈 경우 박해가 예상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최 씨가 특검의 강압수사를 운운하는 것이 딸을 구금하고 있는 덴마크 검찰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분노 유발자 최 씨를 참아내는 것이 그에 대한 철저한 단죄의 과정임을 유념해야 한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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