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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조우호 덕성여대 교수] 4차 산업혁명의 성공 조건
지난 주 모 방송 프로그램 녹화 차 찾아간 방송국의 분장실에서 대선주자 한 분이 옆 뉴스 대기실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 벌써 선거철인 것만 같았다. 그런데 지금 대선 주자들이 외치는 경제 정책에서 눈에 띄는 것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언급이다.

원래 4차 산업혁명은 독일식 산업 4.0(Industrie 4.0)이라는 표현에서 나온 말이며, 작년 다보스 포럼을 통해 주목을 받게 된 개념이다. 그 후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에 의해 미래 사회와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나타내는 용어로 사용되는 듯하다. 정부의 경제 및 교육 부처에서 사용하고, 주요 정치 지도자들은 이를 핵심 대선 공약으로 사용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란 표현이 정말 미래 사회와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보여줄 개념이 될지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지만 그건 차후로 미루자. 우선 대선 주자들과 그들 캠프가 과연 4차 산업혁명의 진정한 맥락과 그 성공 조건을 알고 있으며, 그것의 잠재적 위험성까지 고민하며 공약을 만들고 있는지 궁금하다.

4차 산업혁명은 속도와 융합을 특징으로 한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통신기술의 속도가 급속히 증가하고,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 가상과 실재 영역 등의 융합이 가속화 되며, 인공지능(AI)에서처럼 인간과 기계의 융합이 강화되는 것들이 그 대표적 예다. 따라서 융합은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라 할 수 있다. 융합은 상품 생산을 정보통신기술과 결합시킨 스마트팩토리뿐만 아니라, 인간의 몸과 생명을 과학기술과 결합시키는 영역, 인간의 감각과 감성을 디지털 정보로 연결하여 확장하는 영역, 인간의 정신과 기계의 결합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인간과 인간성에 대한 정의와 그 경계의 폭넓은 확장이다. 그것을 긍정적으로 말하면 인간의 능력에 대한 강화로 평가할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 보자면 인간과 인간성에 대한 위기라고 진단할 수 있다. 인간은 더 이상 지금까지처럼 독립적이고 특별한 존재로 규정되거나 보호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바야흐로 인간과 동물은 물론, 인간과 기계의 무한한 경쟁이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많은 수의 일자리와 직업이 기계를 통해 대체된다는 것 이상이다. 인간이 마음과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와 배우자, 가족이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기계나 로봇이 될 수 있다. 기계와 동거하는 인간의 권리나 인권의 범주에 인공지능의 권리도 인정해줘야 할지 모른다. 더욱이 인간의 마음과 감정의 문제는 단순히 법률적 문제로 해결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것은 4차 산업혁명의 어두운 그림자이자 실패의 경우로 볼 수 있다.

또한 인간을 중심을 두지 않는 4차 산업혁명은 지금까지의 자본주의 논리처럼 산업과 기업의 생산과 판매의 논리로만 전락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새로운 기업과 자본만 탄생하고 근로자와 소비자의 몫과 행복이 줄어든다면 성공이라 할 수 없다.

그러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대학에서 실제적인 융합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처럼 이름만 융합인 전공이나 대학이 있을 뿐 실제는 공학만 가르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나아가 인간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의 정치권에서 언급한 경제민주화와 공정 및 동반성장은 지금까지는 정치적 구호이거나 하위 정책에 지나지 않았다.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논의는 경제 정책이나 그 구호에 앞서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성공 조건도 이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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