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이하 현지시간) NBC방송은 트럼프 시대를 맞아 슈퍼볼 광고주들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취임 후 몰아붙인 반이민 정책 등으로 나라가 분열돼 있는데, 광고주들은 트럼프는 물론 어느 쪽 시청자도 자극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는 얘기다.
5일 슈퍼볼 경기를 앞두고 공개된 티저 광고들은 대체로 유머와 유명인사들의 카메오 등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몇몇 광고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맥주 버드와이저 광고가 대표적이다. 버드와이저 광고는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인 아돌푸스 부시가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성공을 거두는 과정을 그렸다. 부시가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소리치는 미국인들에게 맞서는 장면도 담겼다. 논란이 일자 버드와이저측은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발표되기 전에 만든 광고”라며 해명했다.
건축자재회사인 84럼버는 검열을 당해 광고 내용을 수정하기도 했다. 84럼버가 처음 만든 광고에는 스페인어를 쓰는 모녀가 미국과 멕시코 국경 사이에 놓인 장벽에 서있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바뀐 버전에서는 해당 장벽이 사라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해 슈퍼볼을 중계하는 폭스방송이 해당 장면을 바꾸라고 요구했다. 트럼프가 주장한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이 연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3년 연속 슈퍼볼 광고에 나서는 ‘아보카도 프롬 멕시코’도 최근 트럼프가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20% 국경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난처해졌다. 아보카도 생산자 협회인 ‘아보카도 프롬 멕시코’는 유머를 섞어 아보카도의 장점을 홍보하는 광고를 준비했다. 하지만 냉랭해진 미국-멕시코 양국 분위기에 맞지 않는 광고가 돼버렸다.
블룸버그는 “슈퍼볼 광고주들이 트럼프를 자극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트럼프가 트위터를 통해 기업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기도 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