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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앞에도 뒤에도‘백팩공해’
승객 40% ‘백팩족’…안전 위협
통행불편 다반사…옷 찢기기도


한때 ‘쩍벌남’(다리를 쩍 벌리고 앉는 남자)이 지하철 민폐의 상징이었다면 지금은 ‘백팩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백팩족이란 복잡한 열차 안을 커다란 백팩과 함께 올라타는 승객을 말한다. 백팩은 빽빽한 열차 안에서 골치 아픈 장애물이 된다.

등에 멘 백팩 때문에 다른 승객이 승하차 시 불편을 겪는 것은 기본이며, 백팩에 걸려 옷이 찢어지거나 넘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승객들이 멘 백팩이 열차 통로를 가로막고 있다. 출입구로 가야 하는 승객들은 백팩 틈에 끼어 곤혹을 치러야 할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퇴근시간대인 오후 6시께 서울 지하철 1ㆍ2호선 시청역에서 올라탄 인천행 방면의 한 열차 안에는 40여명 중 17~18명이 백팩을 메고 있었다. 책가방과 패션가방, 등산가방 등 종류는 다양했다. 앉아있던 승객들은 출입구로 향하는 동안 백팩 틈에 끼어 수차례 곤혹을 치렀다. 어깨가 부딪히고 비틀거리기도 했다.

인천시 연수구에 사는 이희자(52 ㆍ여) 씨는 “특히 등산스틱이 꽂힌 등산가방을 메고 지하철에 타는 것은 다른 승객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얼마 전에는 백팩에 매달린 등산스틱에 코트가 찢어진 적도 있다”고 했다. 성북구에 사는 주부 김원숙(44ㆍ여) 씨는 “승객들이 멘 백팩만 없어도 지하철이 2~3배는 쾌적해질 것”이라며 “출퇴근 시간에는 백팩 때문에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서울메트로(지하철 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지하철 5~8호선)도 이러한 문제를 파악하고 2015년부터 본격 홍보 활동에 나서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역사 내 ‘백팩 바로 메기’ 포스터를 붙이고 동영상을 만들어 송출하기도 했다. 동영상은 ‘전동차 안에서는 백팩을 손에 들거나 선반에 올려둡니다’ 는 등 내용으로 백팩 에티켓을 소개한다. 2015년 1억4000만원, 지난해 1억5000만원을 관련 공익 홍보물 관련 예산에 투입했다.

효과는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다양한 홍보활동을 전개해왔지만 여전히 관련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홍보 노력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백팩 에티켓에 대한 지하철 측과 백팩을 멘 시민 간에는 의견 차이가 뚜렷했다. 이날 검은색 백팩을 메고 열차에 탄 회사원 신모(35) 씨는 “손에 들기 무거우니 백팩을 메는 것이 아니냐”며 “엄한 백팩을 탓하지 말고 비좁은 지하철 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남을 배려하는 시민의식 확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허억 가천대 국가안전관리대학원 교수는 “동영상과 함께 SNS 등을 통한 더욱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무조건 하지 말라는 말보다는 하지 않아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알려주는 등 방식으로 서로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은 지하철 백팩 문제는 우리나라 일만은 아니다. 프랑스는 줄지 않는 백팩족을 표적으로 2013년 백팩을 멘 승객을 등껍질 대신 커다란 가방을 메고 있는 거북이로 묘사하는 지하철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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