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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 연휴, 이것만은… ②] 음복 술 한잔…아이가 잘못 배울수 있어요
-여가부 설문조사…청소년 28% “가족ㆍ친척 권유로 음주 시작”
-“부모 한 잔, 음주 기대 높여…잘못된 음주 습관 심어줄 가능성”
-“알코올 의존증 빠질수도…술 자제하고 민속놀이 등 즐겨볼만”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 모처럼 가족과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설 연휴, 반가운 마음에 함께 술 한 잔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다. “음복”이라며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술을 권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명절 분위기에 들떠 과하게 음주하는 모습을 보여 주거나 무심코 술을 권하는 것은 자녀에게 잘못된 음주 습관을 심어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관련 전문의들은 지적하고 있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도 청소년 10명 중 3명(27.6%)은 가족이나 친척의 권유로 음주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 술을 마신 날 역시 집안 모임이나 행사가 30.3%로 가장 많았다. 


설 등 명절을 맞아 지나친 음주나 ‘음복’이라며 무심코 권하는 술은 자녀에게 잘못된 음주 습관을 심어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사진제공=다사랑중앙병원]

허성태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옛부터 ‘술은 어른에게 배워야 한다’며 주도를 가르치던 풍습은 사라지고 오로지 음주​에만 치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술에 대한 부모와 친척의 잘못된 인식과 태도는 자녀나 후손에게 대물림돼 알코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녀는 부모가 술을 마시는 모습을 통해 ‘기쁘거나 괴로울 때에는 술을 마셔야 한다’, ‘음주를 하면 즐거울 것이다’, ‘음주를 하면 스트레스가 풀릴 것이다’ 등 잘못된 음주 효과에 대한 기대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술을 마시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 술에 더 쉽게 접근하게 돼 바람직하지 못한 음주 습관을 가질 위험도 커지게 된다는 지적이다.

허 원장은 “부모의 음주는 자녀의 음주에 대한 태도와 행동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며 “어릴 때부터 술을 자주 접하며 자란 아이들은 늘 술이 있는 상황에 익숙하고 괴롭거나 힘든 상황일 때 음주로 해소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술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과 태도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음주로 문제를 일으킨 청소년을 선별ㆍ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 청소년 중 부모가 음주 문제를 지닌 경우는 74%나 됐다. 또 이들 청소년의 부모들은 대체로 술을 허용하는 태도를 갖고 있었으며 관리ㆍ감독과 관심도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조사 대상자들은 친구들과 유대감 형성, 친밀감을 위한 모임에 당연하게 술을 동반하고, 스트레스를 풀거나 특별히 즐길 만한 것을 발견하지 못해도 습관적으로 음주를 반복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들이 성인이 되면 알코올 의존증에 빠질 확률이 높다는 데 있다. 허 원장은 “어릴 적부터 과음과 폭음을 하는 부모를 보고 자란 자녀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알코올 의존증에 빠질 확률이 훨씬 높다”며 “실제 우리 병원에 입원한 알코올 의존증 환자 중 50%는 부모가 알코올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이어 “부모의 음주 행위가 자녀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자녀에게 잘못된 음주 습관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면 이번 설부터 술자리를 자제하고 윷놀이 등 다양한 민속놀이를 즐기며 가족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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