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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문체부, 블랙리스트 책임은 없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 실행한 사실이 드러난 문화체육관광부의 관료들이 23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송수근 1차관, 유동훈 2차관을 비롯한 주요 실·국 관료들은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반성과 다짐의 말씀’이란 사과문에서 특정 예술인들을 공공지원에서 배제, “문화예술 지원의 공정성 문제를 야기한 것에 너무나 참담하고 부끄럽다”다고 했다.

또한 누구보다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앞장서야 할 실·국장들부터 통절하게 반성하고 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예술인 논의기구 구성, 문예진흥법 개정추진 계획도 내놨다.

이날 사과문은 21일 조윤선 장관의 구속과 사임 직후, 소집된 긴급 간부회의에서 의견이 모아졌다. 당초 23일 아침에 발표하려던 게 문체부 직원들과의 대화를 갖고 내놓자는 쪽으로 선회, 오후로 결정됐다.

소문으로 떠돌던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사실로 확인된 건 4개월 전이다. 그동안 문체부 현직 관료들은 모두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문체부의 수장인 조윤선 전 장관이 청문회에서 줄곧 “본 적도 지시한 적도 없다”고 완강히 버텨준 덕(?)이다. 일부는 끝까지 조 장관이 막아내주길 내심 원했다.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밝힌 이들은 유진룡 전 장관과 익명의 일부 퇴직 관료들이었다. 유 전 장관은 23일 특검 소환을 마치고 나와, 블랙리스트를 시행해야 할 직원이 찾아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었다고 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단순히 호불호의 명단 차원이 아니다. 표현의 자유인 헌법적 가치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다. 특검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사유를 여기서 찾는 이유다.

이런 엄중한 사안을 문체부가 사과문이란 형식으로 두루뭉수리 넘어가려는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게 일반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송수근 장관 직무대행이 블랙리스트 관리자로 의심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대책도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김영산 문화예술정책실장은 관련자들이 많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밝히는게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렇더라도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밝힐 건 밝히고 넘어가는게 지금 할 일이다. 정책을 손질하거나 새로 만드는 일은 다음 수순이다. 땅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 회복은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 더욱이 거짓말, 침묵으로 일관해왔다면 말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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