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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관에서 피고인으로…‘朴의 남자’ 문형표의 몰락
연구원 출신 복지부 장관 발탁
삼성합병 연금공단에 압력행사
특검 첫 기소자로 결국 법정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로 구속된 문형표(60)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박영수 특별검사팀 출범 이후 가장 먼저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됐다.

16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특검팀은 이날 문 전 장관을 직권남용과 위증 등 혐의로 구속기소한다. 특검팀의 ‘첫 구속자’였던 문 전 장관이 ‘첫 기소자’라는 불명예까지 안게 된 것이다.

문 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그룹의 뇌물수수 의혹을 규명할 핵심 연결고리로 지목돼 왔다. 지난달 27일 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전격 소환된 문 전 장관은 조사를 받던 도중 긴급체포되고 31일에는 구속이 확정됐다.

특검팀은 문 전 장관이 장관 시절 산하기관인 국민연금에 압력을 넣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에 필수적이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개입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수사망을 좁혀왔다.

문 전 장관은 특검 출석 전까지만 해도 “장관 재직 시절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지만 결국 이를 시인하고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는 구체적인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장관을 통해 박 대통령이 국민연금에 압력을 넣고 이 부회장에게는 최순실(61ㆍ구속기소) 씨 일가 지원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밝혀질 경우, 특검팀이 박 대통령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는 결정적인 근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의 첫번째 기소자가 된 문 전 장관의 ‘롤러코스터 경력’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1989년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위원과 선임연구위원,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재정ㆍ복지정책연구부장 등을 지낸 연금 전문가로 꼽힌다. 2013년 복지부 장관에 전격 발탁됐지만 ‘메르스 사태’ 초기 부실 대응의 책임을 지고 1년 9개월 만에 물러났다.

하지만 4개월만에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화려한 복귀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과정에서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연금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박근혜 정부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를 추진하기 위한 낙하산 이사장”이라며 문 전 장관의 선임을 강력하게 반대하기도 했다.

한편 문 전 장관의 기소 이후 특검팀은 기존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수사와 공소유지(재판)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시간적 제약을 안고 있는 박영수 특검이 ‘고육지책을 선택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양대근 기자/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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