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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원스님 부처님 곁으로 ②] ‘소신공양’ 향한 엇갈린 시선
- 불교계 “사회를 위한 숭고한 선택, 분신과 달라”
-시민 좌절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
-전문가, “종교인 의도 존중해야”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소신공양(燒身供養).’ 부처님에게 공양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것.

지난 주말 광화문 촛불 집회에서 ‘소신공양’한 정원스님 (서용원ㆍ64) 씨의 영결식이 14일 시민사회장으로 치러진 가운데 종교인의 이러한 극단적인 행위를 향한 시선이 엇갈린다.

종교 전문가들은 소신공양은 엄밀히 분신자살과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소신공양은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목숨을 태워서 어떠한 결과를 내어 남에게 준다는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생을 포기하는 행동과는 달리 봐야한다”고 능인불교대학원대학교 행오 스님 교수는 강조했다. 



불교계는 정원스님의 소신공양을 깊이 애도하고 추모하는 분위기지만 ‘자발적인 죽음’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는 일부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님은 “그 분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도대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소신공양을 결정한 것인지 궁금하고 한편으로는 정말 이게 옳은 행위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반면, 정원스님 영결식 장례위원으로 참석한 무적스님(59)은 “소신공양은 수행의 한 방편”라며 “사회 운동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몸을 바친 숭고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러한 행위를 ‘분신’이라고 칭한다면 큰 모욕“이라고 덧붙였다.

불안한 시국속에서 정원스님의 극단적인 결정이 시민들에게 오히려 더욱 좌절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모 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들이 사회적 분노를 느끼고 있는 가운데 이런 깨달음을 추구하시는 분이 죽음으로 이야기한다면 시민들이 더 좌절할 수도 있다”며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깊은 뜻으로 스님께서 하셨겠지만 시민들은 어떻게 희망을 가져야할 지에 대한 고민을 던질 수 있다“ 조심스러운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부처님에게 자신을 공양하는 것을 공양으로 여긴 역사가 과거에 있었고, 승려의 분신의 역사적 변화의 촉매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전문가 설명도 있다.

1963년 베트남 틱쾅둑 스님이 당시 정권 폭압에 항거하며 분신한 사건은 베트남 반전 운동을 일으키며 베트남전쟁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티벳에서도 달라이라마의 귀환과 중국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요구하는 승려들의 분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0년 5월 문수스님이 4대강사업 중단 등을 촉구하며 소신공양을 택했다.

윤인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정원스님의 소신공양은 시민들에게 힘을 실어주겠다고 한 것이고 저항적인 성격이 강하다”며 “처음부터 자신의 행위가 불교계 소신공양이라는 것을 알고 한 것이기 때문에 원래의 의도를 존중해주는 것이 예의”라고 강조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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