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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승인생’ 6년째 대학생②]전과생 몰리는 인기학과생 “우리도 괴로워요”
-인기학과, 강의 및 교수ㆍ공간 수급 문제…불만 늘어나
-전과ㆍ복수전공생, “취업 위해 불가피한 선택”


[헤럴드경제=신동윤ㆍ이원율 기자]#1. 경북대 경영학부에 다니는 A(23ㆍ여) 씨는 최근 수강신청때만 되면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복수 전공생들이 증가한 데 비해 전공필수 강좌 등 주요 과목의 수는 그대로라 미리 세워둔 계획대로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살벌한 ‘클릭’ 경쟁을 벌여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자 학과에서 ‘한가닥’한다는 학생들이 복수전공으로 경영학부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과목 내에서 학점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는 것이 A 씨의 설명이다. A 씨는 “원 소속 학생들이 5분만이라도 먼저 수강신청을 할 수 있는 혜택이 있어야한다고 학교측에 요청도 했지만 차별 문제로 거절당했다”며 “학습환경이나 시스템 개선 없이 경쟁만 치열해지는데 학생들의 불만이 많다”고 설명했다.


#2. 부산지역 4년제 대학 인문계열 학생인 B(23) 씨는 취업 전선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복수전공으로 경영학을 공부 중이다. 하지만, B 씨는 조별 모임을 할 때마다 주요 역할에서 배제되는 등 기존 경영학과생들의 ‘텃세’에 소외감이 들기도 한다. B 씨는 “정해진 과정을 통해 당당하게 복수전공생으로 경영학과에 입성했지만 수업에 들어갈 때마다 이상하게 눈치가 보이는게 사실”이라며 “복수전공 신청자들 때문에 역차별을 받는다는 원 소속 학생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경계열 복수전공을 하지 않으면 회사에 지원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상황에 우리도 나름대로의 살길을 찾으려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최근 취업의 문이 좁아지면서 전과나 복수전공 등의 기회로 기업체가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경계ㆍ공대 학위를 얻으려는 학생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학생들의 쏠림 현상에 비해 더딘 학습환경이나 시스템에 대한 개선으로 인해 각종 문제도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기학과의 경우 수강신청 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타과생들과의 경쟁과 증가하는 수강생 수에 따라가지 못하는 강의실 공간 부족 문제 등으로 인해 원 소속 학생들과 교수들의 불만이 많아지는 상황이다.

서울시내 한 사립대의 경영학부 교수는 “불과 5년전까지만 해도 본과 학생과 타과 복수전공생의 비율이 7~8대1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3~4대1까지 변화했다”며 “교수가 맡을 수 있는 강의의 수와 강의실은 한정됐는데 기존 학생에 더해 전과생, 복수 전공생 등 추가 인원까지 크게 몰리다보니 불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대학측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잘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현실에 맞춰 전과나 복수ㆍ이중전공을 제한해 허용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학생들의 수요를 외면만 할 수도 없다”며 “인기학과에 대한 강의수를 늘리려 노력은 하고 있지만, 한정된 교수 수급 사정과 강의실 배정 상황이 늘어난 학생들의 요구에 만족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상대적으로 취업에 불리하다고 알려진 인문ㆍ어문, 이학계열 학생들과 교수들도 인기학과 구성원들의 문제 인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과에 따라 취업 유불리가 분명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어쩔수 없는 선택이란게 이들의 설명이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경영학 수업을 듣고 있는 동안은 나도 뭔가 취업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느낌 때문에 심리적 안정을 찾는다는 학생이 예상보다 많았다. 일종의 안심보험”이라며 “우리 대학기관이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기 보단 취업기관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학생들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것이라 본다”고 했다.

다만, 취업 인기학과 쏠림 현상을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한탄만 하기 보단 미래 사회 변화에 맞춰 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현실적으로 문과 내에서 상경계열이 취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상황에서 쏠림 현상을 단순히 전공 세탁과 학력세탁으로 낙인찍고 이들 학생들을 비판하는 것은 또 다른 사회적 편견을 낳을 뿐”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장기적으로 지금은 인기가 없는 인문계열이나 이학계열이 더 각광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는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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