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최순실(61·구속기소) 씨 측근 광고감독 차은택(48) 씨가 문화체육관광부 인사를 주무르며 막강한 비선 권력을 휘둘렀다는 진술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진술에 따르면차 씨는 측근들을 최 씨에게 천거해 문체부 요직에 앉히고, 지인인 송성각(59) 전 한국 콘텐츠진흥원장에게 “좌편향인사를 색출하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차 씨의 첫 공판에서 검찰은 ‘차 씨가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을 추천했다’는 내용이 담긴 더블루케이 이사 고영태 씨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고 씨는 “최 씨가 차 씨를 만나 ‘문체부 장관으로 앉힐만한 사람을 추천해달라’고 했다”며 “차 씨는 얼마 뒤 대학 은사인 김종덕 전 홍익대 교수를 장관으로 추천했고, 최 씨가 김 전 교수를 대통령에게 추천했다”고 진술했다. 고 씨는 당시 최 씨와 차 씨가 모인 자리에 동석해 직접 이 과정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고 씨는 차 씨가 최 씨의 힘을 빌어 측근인 송 씨를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앉혔다고도 진술했다.

고 씨는 검찰에서 “차 씨가 과거 영상제작을 하던 시절 클라이언트였던 송 씨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은혜를 갚고자 송 씨를 최 씨에게 추천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 씨가 송 씨를 대통령에게 추천해 콘텐츠진흥원장을 맡게됐다”고도 했다. 검찰은 청와대가 지난 2014년 11월 중순부터 송 씨를 인사검증해 원장으로 내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콘텐츠 진흥원장 공모절차가 개시되기도 전의 일이었다.

차 씨가 송 씨에게 문체부 차관 자리를 제안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검찰은 송 씨가 앞서 검찰 조사과정에서 제출한 자료를 법정에서 공개했다. 자료에는 “차 씨가 (송 씨에게) 2014년 10월 문체부 차관자리가 공석인데 지원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연락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송 씨는 차관경쟁자들의 학력수준을 언급하며 당시 제안을 고사했다고 알려졌다.

차 씨가 이후 송 씨를 시켜 콘텐츠진흥원의 ‘좌편향 세력 색출’을 지시한 정황도 법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차 씨가 영화진흥원에 좌편향 세력이 많이 있듯이 콘텐츠 진흥원에도 좌편향 세력이 있을 것이므로 이를 색출하라고 했다”며 “취임 후에도 지시를 받았고 믿을만한 심복을 조직 내 심어둬야한다는 말을 들었다”는 송 씨의 진술조서를 일부 공개했다. 송 씨는 이에 따라 지난해 2월 조직 개편을 하면서 부원장 자리를 늘려 자신의 지인을 앉혔다고 했다.

차 씨는 과거 고 씨의 소개로 최 씨를 만나 인연을 쌓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 씨는 검찰에서 최 씨가 2014년 초순경 ‘국가브랜드 재고를 위한 각종 홍보물을 기획·제작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아보라’고 해 차 씨를 소개했다고 말했다. 이후 최 씨와 차 씨의 친분이 생겨, 차 씨가 최 씨 추천으로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등을 맡게 됐다고도 했다.

yeah@heraldcorp.com